1967년 섬유가공·수출업으로 출발한 신라교역은 1971년 원양어업에 뛰어들었다. 섬유산업이 불황에 빠지자 원양어업에 집중했다. 당시 신라교역은 원양어업 후발주자였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어선 ‘한일호’를 직접 건조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선두권 참치 선망업체로 성장했다. 참치 선망어선 규모가 18척으로 동원산업(21척)과 비슷하다.

50년간 원양어업 외길을 걸어온 신라교역이 최근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원양어업 규제 강화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자 청과물 유통, 외식 프랜차이즈 등 새 어장 발굴에 나서고 있다. 김호운 신라교역 대표(59·부사장)는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3000억원대인 연 매출을 2025년까지 5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드오션’ 된 참치잡이

김호운 신라교역 대표.  허문찬 기자
김호운 신라교역 대표. 허문찬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신라교역 본사엔 대형 선망어선 모형이 전시돼 있다. 어군을 추적할 수 있는 음파탐지기를 비롯해 선상에 헬리콥터까지 갖춘 380억원짜리 선망어선이다. 신라교역은 이런 최첨단 어선을 포함해 총 18척의 선망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신라교역은 참치잡이와 가공·유통업으로 성장해왔다. 주력 어종은 선망식으로 잡는 통조림용 참치다. 지난해 신라교역 매출의 72%가 원양어업에서 발생했다.

참치는 횟감용과 통조림용으로 나뉘는데 횟감용은 연승식으로, 통조림용은 선망식으로 잡는다. 연승식은 긴 낚싯줄을 이용해 참치를 한 마리씩 낚는다. 선망식은 그물을 던져 참치를 한꺼번에 어획하는 방식이다. 신라교역은 1987년 원양 연승어업에 뛰어든 데 이어 3년 후인 1990년 원양 선망어업을 시작했다. 1997년 4척에 불과했던 참치 선망어선을 늘리며 어획량 기준 세계 선두권 참치 선망업체로 도약했다. 2011년엔 아프리카 가나에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인 코스모씨푸즈를 설립하는 등 수산물 가공·유통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50년 참치잡이 이제 한계"…파파이스로 어장 넓힌 신라교역
하지만 최근 연안국 VDS(선망선 조업일수 할당제도) 등 원양어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작업 환경이 나빠졌다. 참치가 많은 어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 조업권 가격이 1만달러(약 1200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이런 이유로 2019년과 2020년 각각 42억원과 4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어가 상승 덕분에 3분기까지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했지만 연간 매출은 2017년 4130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뒷걸음치면서 4년째 3000억원대에 갇혀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원양어업이 성장 한계에 다다르고 수익성도 나빠졌다”며 “기후변화 등으로 어획량, 어가 예측이 어려워지는 등 불확실성도 커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외식·유통 등 새 어장 발굴

신라교역은 2019년 동화청과를 인수, 청과물 유통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글로벌 치킨 패스트푸드인 파파이스 한국 사업권을 따냈다. 파파이스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인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선 대한제당의 계열사인 TS푸드앤시스템이 1994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해 한때 200여 개까지 매장을 늘렸지만 맘스터치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밀려 2020년 말 한국에서 철수했다.

신라교역은 파파이스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버거킹에서 마케팅 업무를 한 경력이 있는 이문경 상무를 영입했다. 오는 9월 서울에 첫 매장을 선보이고, 10년 내 매장 수를 33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국내 치킨 시장 성장세가 여전히 가파르고, 파파이스가 국내 시장에서 한번 철수하긴 했지만 추억의 브랜드로 그리워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기존과 전혀 다른 파파이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신라교역은 참치회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동구 고덕동에 각각 퓨전 일식당과 정통 일식당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물류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원양어업과 관련해선 선진국 보유 어선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자유로운 연안국과 합작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부산수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신라교역에 입사,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대표에까지 올랐다. 신라교역의 ‘제2 도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주인공은 창업주 박준형 신라그룹 회장(86)의 아들인 박성진 부회장(49·신라홀딩스 대표)이다. 신라그룹은 올해 입주를 목표로 고덕동에 신사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