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chulmin.lee@vigpartners.com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을 꺼려하는 이유 [PEF썰전]

경제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이제 성숙한 선진국 시장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대선과 맞물려 한국 주식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M&A 시장에서도 한국은 이미 아시아에서 호주 다음 두 번째로 큰 경영권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입니다. 경영권에 대한 규제가 많아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류를 이루는 중국, 대기업들의 오너십이 은행을 정점에 둔 자이바츠 시스템에 종속된 일본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거기에 충분한 유동성과 M&A에 대한 낮은 거부감을 기반으로 한국의 M&A 시장은 매우 역동적이라는 평가도 받아왔습니다. 지난해 M&A 거래 규모가 약 80조원을 넘어서며 2020년의 일시적 하락(약 45조원)을 극복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그런 매력적인 시장에서 사모펀드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전체 80조원이 넘는 지난해 M&A 거래 중 매수인이나 매도인 중 한 쪽이라도 사모펀드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무려 50% 가까이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이런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늘려왔습니다. 국내에도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나 팬아시아 펀드 그리고 이러한 펀드들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 등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꾸준히 증대해온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국내 과세제도의 불확실성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내에 설립해서 운용하는 한국 전용 펀드들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다소 꺼려하게 된 요인들도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상당 수의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내 운용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럴 필요성이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충분히 투자를 받을 수 있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는 중요한 요인은 아닙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을 꺼려하는 이유 [PEF썰전]

이보다 중요한 요인은 투자금 회수 시 발생하는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해외 투자자가 어떤 성격의 기관이며 어느 나라에서 투자금을 모집했고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 국내 펀드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세율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이게 상당히 복잡하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들과 법원 등의 의견이 서로 다른 사례가 많아 외국 기관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에는 미래에 창출될 투자 수익에 대해 어떤 세금 부담이 생길지 불안해 합니다. 물론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죠.

◆IPO를 통한 투자 회수 규제도 걸림돌

또 하나의 요인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사모펀드가 경영권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 지분 전체를 IPO 과정이나 주식 시장에서의 매각을 통해 회수할 수 있습니다. IPO가 중요한 투자 회수 방안으로 사모펀드 시장의 선순환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국내에선 최근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보유한 기업의 IPO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가 담긴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보유 지분 중 일부만 IPO를 통해 매각하는 것이 허용되는데, 이 경우에도 사모펀드가 대주주라면 여러가지 추가적인 사안들을 고려해 심사를 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불분명하고 부정적인 요인들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됨에 따라 더 많은 운용사들이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