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한경DB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된 지 반년 만에 추가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최고금리 인하가 추진됐다면,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여당은 현재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대 중반으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취지는 좋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목적이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낮아지는 이자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길을 좁히면 갈 곳 잃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최고금리를 낮출 때마다 발생하는 고질적인 현상 중 하나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0%에서 연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최고이자율의 2배 초과해 이자를 받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법정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법정 최고금리를 연 13%까지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당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관련 법안 발의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금융정책 지원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대통령 당선 시 1호 업무로 현행 연 20%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후보는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비용혁신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11.3~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이 후보가 밝힌 정책의 취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서민과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게 될 수 있어서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대출 공급량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탓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저신용자들이 합법적인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 대부업 이용자 수는 123만 명으로 전년 말보다 15만9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 대출 잔액도 14조541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22억 원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5년 말 267만9000명을 기록한 후 6년 새 약 145만 명이 줄었다.
"지금 대출로도 죽겠는데"…최고금리 한 번 더 내린다는 與
2011년 39.0%에 달했던 법정 최고금리가 이자제한법 개정을 통해 2014년 연 34.9%, 2016년 연 27.9%, 2018년 연 24.0%로 낮아진 결과다.

정치권에선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정책금융 확대를 통해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해선 증명된 바가 없다. 앞서 최고금리 인하 조치가 시행됐던 2018년 안전망 대출과 햇살론17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병행됐으나 불법 사금융 이용 확대 현상을 막지 못했다. 당시 24%를 초과하는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 중 약 81.4%인 113만9000명이 민간 금융권 대출과 정책서민대출을 이용해 이자 경감 효과를 얻었으나, 나머지 약 26만1000명은 대출 만기 이후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이 중 4만~5만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한 조치에 대한 실태 조사가 반영될 경우 대출 난민과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간 취약계층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기존 신용대출 이용자 약 31만명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3~4년에 걸쳐 민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중 약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전망치로, 시장에서는 최고금리 20% 인하 시 약 57만명의 수요자가 대출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진단했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취약계층이 겪게 될 현실은 참혹하다. 지난해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육박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연 46.4%로 조사됐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금리 상한선 연 20%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서민과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유입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금융시장의 기본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10%대 중반으로 낮아지게 되면 대부업과 저축은행이 사라지고 일부 은행과 카드사만 남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1~2등급 고신용자에만 제도권 내 금융 거래가 허용되는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라며 "단순히 정책자금 투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에서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정책을 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저신용자들의 자금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위험프리미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금리의 범위를 설정하게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며 "금융시장 메커니즘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시행하는 정책이 실제론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단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당내에서도 금융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법정 최고이자율 20%를 법으로 더 낮추면 제2금융권이 다 망한다. 이는 오히려 서민금융이 더 엎어지는 역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법으로 강제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법으로 막으려고 하면 (서민과 취약계층은 이자율이) 20%, 50%를 넘는 불법사채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