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씨(42)는 무료 송금 등을 위해 즐겨 쓰던 한 핀테크 앱을 켰다. 그러자 앱 화면에 갑자기 ‘이제 내 자산 다 볼 수 있어요’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호기심에 이끌려 ‘한번에 연결하기’를 선택하고 간단한 인증 및 동의 절차를 완료했다. 그러자 은행 카드 증권 등 금융사별로 흩어져 있던 정씨의 모든 계좌가 앱으로 들어왔다. 그는 20년 전 개설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던 한 은행 계좌에서 수십만원을 발견했다. 정씨는 “휴면계좌로 분류돼 곧바로 자금을 뺄 순 없었지만 새해 들어 뜻하지 않은 복이 굴러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마이데이터 시대 본격 개막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그동안 예·적금 계좌 잔액, 주식 보유 수량, 보험 가입 현황, 카드 청구 금액, 통신료 납부 내역 등을 확인하려면 해당 금융사 앱을 각각 켜서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특정 앱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회사는 은행(10곳) 카드(6곳) 증권(4곳) 핀테크(10곳) 등 33곳이다.
마이데이터는 기존 ‘스크래핑(출력화면 긁어오기)’이 아니라 ‘시스템 직접 접속(API 기반)’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층 강화된 보안성과 로딩 속도를 제공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크래핑 방식에 비해 통합 조회 속도가 약 10배 빨라진다”며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제한되고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만 선택해 전송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동인증서가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사설인증서를 통해서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는 금융사별로 조금씩 다르다. 소비자의 조회 빈도가 높은 금융권 정보는 대부분 포함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너도나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자산관리 및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로 승부하려는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국민은행은 ‘외식비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등 이용자가 지출 관리를 위한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달성해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 ‘목표 챌린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머니버스’ 브랜드를 내걸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VIP 고객이 선호하는 해외 주식과 알짜 부동산 정보 등을 제공하고 다른 금융회사 상품까지 추천해준다.
하나은행도 그룹 마이데이터 브랜드인 ‘하나 합’을 통해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각종 자산관리 컨설팅을 모든 가입자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결혼 여부, 자녀 수, 연소득 등 주요 이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의 나’ 서비스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다면 소득 공백과 휴직 기간에 필요한 자금 등을 분석해 자산 변화 예측 결과를 보여준다.
신한카드는 카드사에 걸맞게 소비생활 시나리오별 꿀팁과 금융 캘린더에 따른 다양한 알림을 보내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NH투자증권도 고객이 보유한 상품을 분석하거나 고객 현금 흐름 분석을 통해 자산 관리를 해주는 ‘투자성과리포트·나의 소비’ 등의 서비스를 오픈했다. 저축은행으로는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대열에 합류한 웰컴저축은행은 모바일 뱅킹 앱인 웰컴디지털뱅크(웰뱅)를 통해 맞춤형 부채관리와 비대면 중고상품 안심거래 등의 서비스를 내놨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질 때마다 연회비 대비 혜택이 좋은 ‘혜자 카드’가 자취를 감추는 경향이 나타난다.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된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가맹점 매출 구간에 따라 수수료율이 0.1~0.3%포인트 추가 인하돼 혜자 카드 단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카드사별 주요 ‘알짜 카드’를 소개한다.신한카드 ‘딥드림 카드’는 전월 실적과 한도 제한 없이 결제액의 0.7%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쇼핑과 편의점, 영화, 통신 등 영역 중에서 소비자가 가장 자주 쓰는 ‘드림 영역’ 결제액에는 0.7%의 다섯 배인 최대 3.5%를 적립해준다. 연회비도 국내 전용 8000원, 해외 겸용 1만원 등으로 저렴한 편이다.하나카드 ‘애니 플러스’ 카드도 전월 실적, 할인 한도 및 횟수 제한 없이 국내 가맹점 0.7%, 국내 온라인 가맹점 1.7% 할인 혜택을 제공해 알짜 카드로 꼽힌다. 연회비는 1만5000원이다. 롯데카드 ‘로카 라이킷 1.2’도 국내외 모든 가맹점 이용금액의 1.2%, 온라인 결제금액의 1.5%를 ‘무조건’ 할인해 주는 단순한 혜택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연회비는 1만원이다.코로나19로 묶여 있는 하늘길이 풀릴 날만 기다리는 ‘여행족’이라면 ‘삼성카드 앤마일리지 플래티넘’을 눈여겨볼 만하다. 역시 전월 실적과 한도 등 복잡한 제한 없이 1000원당 최대 2마일리지(대한항공 스카이패스)를 쌓아준다. 연회비는 해외 겸용 4만9000원으로 온라인으로 카드를 신청하면 발급 첫해 1회에 한해 연회비를 100% 캐시백해준다. 우리카드 ‘홀인원 카드’는 골프족 사이에서 알짜 카드로 통한다. 골프장과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등 골프업종 결제액의 5%를 적립해준다.KB국민카드 ‘KB페이 챌린지 카드’는 연회비 1만5000원에 월 최대 5만40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다. KB국민카드는 오는 4월까지 전월 실적이 40만원 이상이고 매주 3개의 퀘스트를 달성하는 고객을 상대로 적립 한도를 최대 4만 포인트 더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엔 ‘현대카드Z’ 시리즈가 있다. 소비자가 자주 사용하는 영역에 더 큰 혜택을 주는 구조로 설계됐다. 가령 현대카드Z 패밀리는 온라인 쇼핑과 대형마트, 배달 앱 이용금액의 10%를 월 최대 8000원 한도에서 할인해준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블록체인의 사전적 의미는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하고 수많은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준다. 모든 거래 참여자가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하기 때문에 데이터 위·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비트코인을 들 수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에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하며 누구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블록체인의 형태로 운용되는 최초의 암호화폐다.단순히 암호화폐 운영 기반을 넘어 경제활동 전반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은 크다. 기존 전자결제와 디지털 인증 외에도 화물 추적 시스템, 유통과정 추적, 예술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의료기록 관리 등 신뢰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블록체인 기술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시장분석 전문회사인 IDC에 따르면 2020년 산업별 예상 블록체인 기술투자는 41억달러 수준인데 그 규모가 2024년까지 연평균 46.4%씩 고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가트너도 블록체인 기술의 빠른 확산으로 2030년까지 3조1000억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블록체인 관련 투자 대상으로는 우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를 들 수 있다.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다양한 2세대 암호화폐가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올해 2월 이더리움 선물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작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유망한 투자 대상이다. 살펴보자면 ①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을 채굴하고 관련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 ②블록체인 기술 가동에 필수적인 반도체와 그래픽카드를 생산하는 하드웨어 기업 ③블록체인 방식으로 구현된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기업 ④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는 일반 기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디지털자산 채굴 및 중개업은 국가별로 규제 리스크가 큰 편이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라면 분산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곽재혁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국립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에 달한다. 그만큼 암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을 확률이 높은 질병 중 하나가 됐다.암 발병률과 함께 상승한 지표는 ‘암환자 5년 생존율’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를 넘어섰다. 암 치료법 발전으로 4년 동안 암환자 생존율이 40% 가까이 상승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제 암은 치료뿐만 아니라 완치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질병인 셈이다.이에 맞춰 보험의 암 보장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종신보험에 암 보장까지 결합한 보험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사망 보장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기능을 덧붙여 고객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암 발병 시 냈던 보험료를 돌려주는 환급 기능과 생활비 추가 지급, 노후자금 활용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있으니 꼼꼼히 살펴볼 만하다. 아팠던 이력이 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유병자 보험이 출시돼 더 많은 고객이 위험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변화하는 암 보장 트렌드에 맞춰 내 보험도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때다.서영진 삼성생명 상품팀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