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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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새해부터 새로운 보험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매년 1월은 보험사들의 시장 선점 각축전이 벌어지는 시기다. 공시이율이나 예정이율 변경으로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에 적기인 데다 연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기에도 적당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올해 보험 신상품 중에는 치매와 암에 대한 집중도를 강화한 면이 눈에 띈다. 소비자 수요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수요자들이 과거엔 죽음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생활을 걱정했다면, 최근에는 노화에 따른 질병 치료비 등에 관심이 커졌다는 게 보험업계 측 진단이다. 개인의 소득 수준, 건강 상태에 따라 보장 범위를 마음대로 설정하는 상품들도 주력 상품이 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교보·NH농협생명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이 혜택을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대폭 넓힌 새로운 유형의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3일 죽음과 치매를 동시에 대비하는 '평생동행 종신보험 2201'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사망 보장을 기본으로 하는 종신보험임에도, 추후 계약자의 필요에 따라 치매 보장형 상품으로 전환이 가능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보험료 납입기간 경과 후 계약자가 주계약 사망 보장의 일부를 치매 보장으로 바꿀 수 있다. 상품 전환을 신청하면서 보험 계약 당시의 보장 대상인 피보험자를 배우자나 자녀로 설정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치매 하나만을 보장하기 위해 나온 상품도 있다. NH농협생명은 치매 진단 시 생활자금을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생활비든든NH치매보험'을 선보였다. 중증 치매 진단을 받으면 매달 250만원의 생활비를 평생 보장한다. 가입 금액 1000만원 기준에 가입 시 선택한 36회 또는 48회 보증지급 조건이다. 경도 치매부터 중등도, 중증까지의 진단금은 특약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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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더불어 노화의 병이라 불리는 암에 대한 보장을 강화한 상품은 교보생명에서 등장했다. '교보실속있는평생든든건강종신보험'은 종신보험에 건강 보장을 더한 상품이다. 사망은 물론 암까지 평생 보장받을 수 있다. 암 발병 시 사망보험금 90%를 미리 받는 식이다. 만약 암이 아닌 다른 유형의 건강 보장을 추가하고 싶다면, 일반적 질병(GI)과 장기간병 상태(LTC)를 보장하는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사망 보장을 받으면서, GI와 LTC가 발생할 시 일부 보험금을 미리 받는 형태다. 이 경우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중증 치매 등 주계약에서 23종에 이르는 주요 질병을 보장한다.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치료비와 생활비 등 개인의 필요에 따라 빼서 사용할 수 있는 보험도 올해 처음 나왔다. ABL생명이 내놓은 '(무)ABL건강드림선지급GI종신보험(해지환급금 일부지급형)'이다. 이 상품은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등 8대 질병 진단을 받거나 중대한 수술이 필요할 경우 보험 가입액의 50%부터 100%까지 미리 받을 수 있다. 선지급 진단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사망하더라도 보험 가입액의 100%를 사망보험금으로 받는 형태다. 건강등급 적용 특약을 활용한다면 피보험자의 건강등급별 할인율에 따라 주계약 보험료를 최대 8%, 선택 특약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완전히 소비자에게 보장 범위를 설정하는 권한 자체를 넘긴 상품도 있다. 동양생명의 '(무)수호천사간편한(335)내가만드는보장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 범위와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입자가 세분화된 특약 급부를 활용해 원하는 보험료 수준에 맞는 보장을 선택하는 식이다. 사망 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이나 24개의 각종 특약 가입을 통해 암, 수술, 입원, 질병 장해 등 주요 담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사항을 대폭 완화한 점과 비갱신형으로 최대 종신까지 보장함으로써 유병자와 고령자의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춘 점도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단순히 사망 이후만을 고려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줄어들고, 사망 이전 질병에 대한 보장 범위 확대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치매와 암이 경제적 부담이 큰 대표적인 질병인 만큼, 이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거나 선택의 폭을 키우는 보험이 올해 각사가 내놓는 전략 상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