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통 완성차 업체, 전기차 전문업체에 이어 전자업체까지 뛰어들면서 전기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소니는 4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올봄 전기차 자회사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은 이날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비전-S 02’(사진)를 공개하며 “차량에 40개 센서를 장착하는 등 안전을 1순위로 여겼다”고 밝혔다. 또 “5G(5세대)를 도입해 차량 시스템과 클라우드의 연결 속도도 기존보다 빨라졌다”고 덧붙였다. 5G를 이용하면 현재 차량에 주로 쓰이는 통신망인 3G 또는 4G보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가 수십 배 빨라진다. 현재 5G를 도입한 차는 BMW의 플래그십 전기차 iX가 유일하다.

7인승 차량인 비전-S 02의 길이는 4895㎜,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30㎜, 높이는 1650㎜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보다 길이가 215㎜ 길다. 외관은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GV60를 닮았다. 소니는 CES 2020에서 처음으로 세단형 전기 콘셉트카 ‘비전-S’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승용차 ‘비전-S 01’의 주행 테스트를 하며 전기차 사업을 준비해왔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비디오 게임, 영화,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고 있는 만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니는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도 생산하고 있다.

소니는 이날 장착할 배터리의 제조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구체적인 양산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소니 전기차에 장착될 배터리에 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배터리 3사에는 관련 문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가 1991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도, 2017년 배터리사업부를 무라타에 매각했다는 점을 근거로 무라타와 배터리를 함께 개발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다는 소식에 소니 주가는 이날 3.67% 상승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