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 등 저축銀 신용대출 금리
900점 이상이 800대보다 높아
"고신용자 규제로 시장왜곡" 논란
"은행 한도 찬 고신용 다중채무자
오히려 중신용자보다 위험" 반박도
일부 저축은행 신용대출 상품에서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가 책정되는 ‘대출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신용점수 외에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리를 매기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일부 나타나는 것일 뿐, ‘고신용자 역차별’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고신용자를 겨냥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이런 ‘시장 왜곡’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신용자 대출금리가 더 높아
3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신용점수가 900점(나이스신용정보 기준)을 넘는 차주에게 지난해 11월 한 달간 ‘비상금대출’을 연평균 14.35% 금리에 내줬다. 반면 신용점수가 801~900점인 차주의 평균 금리는 연 13.63%로 집계돼 900점 초과 차주보다 0.72%포인트 낮았다. 신용점수 800점 이하 구간에선 금리 체계가 ‘정상화’됐다. 신용점수 701~800점 차주와 601~700점 차주의 평균은 각각 연 14.79%와 15.70%였다.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OK론’ 평균 금리는 신용점수 900점대 차주가 연 19.55%, 800점대 차주는 연 19.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900점대 신용점수 보유자의 금리가 전 구간 중 가장 높았다. 신용점수 401~500점 차주도 연평균 19.11%의 금리를 무는 것으로 공시됐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뱅크론’,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신용대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살만한직장인대출’ 등에서도 이 같은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업계에선 신용평가사(CB)에서 제공하는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이 반드시 ‘우량 차주’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찾는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대출 한도를 이미 채운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중신용자에 비해 대손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고신용 다중채무자’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하나의 참고 지표일 뿐 실제론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대출 심사를 한다”며 “가령 A씨가 이달 회사를 그만뒀다는 점은 금리를 높게 받을 요소지만 신용점수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사람이 1금융권 대출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바로 저축은행을 찾아와 ‘의심 거래’라 생각돼 대출을 거절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고신용자 역차별?
이외에 고신용자가 금융사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이자,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금융권인 상호금융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고신용자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했던 카카오뱅크는 올해도 당분간 이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카뱅은 내년 말까지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중신용 대출 비중을 25%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기존엔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에게 연 소득의 두 배까지 대출해 주던 은행이 올해부터 연 소득 이내로 한도를 묶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 따라 지난해 앞다퉈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금융회사가 새해 들어 일제히 문을 다시 열었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달부터 대폭 강화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한도 역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앞당겨 매월 또는 매 분기 초에 대출을 신청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대출 문 열리지만…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정상화한다. 이들 은행은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일부 중단했다.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해 개점휴업 상태였던 토스뱅크 역시 지난 1일부터 신용대출을 재개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큰 상호금융권과 보험사도 대출 창구를 다시 연다.주요 시중은행은 지난해 폐지했던 우대금리를 부활시켰다. 우대금리는 소비자가 실제 받는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민은행은 3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올린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0.6%포인트, 부동산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3~0.5%포인트 추가로 책정했다.그럼에도 소비자의 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달부터 강화된 개인별 DSR 규제의 영향이 크다. DSR 규제 대상이 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을 합쳐 매년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을 수 없다. 이제까지는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DSR 규제가 적용됐지만, 이달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올 7월부터는 1억원 초과 대출로 범위가 더 확대된다. 전체 가계대출 수요자의 30% 수준인 593만 명이 영향권에 들어온다.여기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 7%대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4~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사가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공급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액을 지난해(약 42조원)보다 24%가량 적은 32조원 수준으로 묶을 계획이다. “잔금일 두 달 전 신청해야”이런 상황에서 필요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려면 은행의 총량 관리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매달 또는 매 분기 초에 대출 접수를 마치는 편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분기별로도 대출 총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도 관리를 상시화할 수밖에 없다”며 “주택담보대출은 심사 유효기간이 1~2개월로 비교적 길기 때문에 잔금일 최대 두 달 전에 신청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하다면 예비비 목적의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은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신용대출은 DSR 산정 만기가 5년으로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도 축소 효과가 크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총량 규제가 덜한 지방은행을 노크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금리 상승기를 감안해 고정금리 상품이나 변동주기가 긴 변동금리 상품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진 상태다. 신용·소득이 개선됐을 때 쓸 수 있는 금리인하요구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대출 종류와 기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올해부터는 상호금융권에서도 쓸 수 있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도 5%대를 돌파하면서 7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1년 1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1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대비 0.16%포인트 오른 연 3.23%를 기록했다. 기업 및 가계 대출금리가 모두 오른 영향이다.특히, 주택담보대출은 3.51%로 전월 대비 0.2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7월(3.54%) 이후 최고치다. 일반신용대출은 5.16%로 0.54%포인트나 상승했다. 2014년 5월(5.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으로는 2012년 9월(0.62%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송재창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팀장은 "주담대는 지표금리가 상승했고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 노력이 지속된 영향을 받았으며, 보금자리론도 10bp 상승한 데 따른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과 관련해선 "고신용자 대출의 경우는 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다보니 중금리 대출이 더 확대되고, 그런 영향으로 가산금리도 인상하는 모습이 더해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업 대출금리는 3.12%로 전월대비 0.18%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2월(3.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기업대출 금리는 전월대비 0.23%포인트 오른 2.90%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월(2.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3.30%로 전월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2월(3.35%) 이후 최고 수준이다.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1.51%로 전월대비 0.23% 포인트 올랐다. 정기예금 금리는 0.09%포인트 상승한 1.15%를 나타냈다. 정기적금 금리는 1.66%로 전월과 같았다. 시장형금융상품 금리는 1.31%로 0.06%포인트 상승했다.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66%포인트로 전월보다 0.12%포인트 축소됐다. 은행들의 수익성과 연관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19%포인트로 전월대비 0.02%포인트 확대됐다. 이는 2019년 8월(2.2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송재창 팀장은 "그동안 수신금리에 비해 대출금리 상승 폭이 더 높게 나타난 영향이 11월에 상승 폭을 높이는 경향으로 나타났다"며 "수신금리 대비 대출금리가 규제 효과 등 이런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월엔 지표금리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대출금리에도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팀장은 "11월엔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였지만, 코픽스 금리는 다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까지도 이 영향이 이어질 지는 불확실하고, 시장 상황과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에 대해서도 더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하우스푸어(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 대란이 엄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유주택자의 대출금 상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방위서 빚을 내서 집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자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신용대출금리 연 5% 돌파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1년 1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 1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3.51%를 기록했다. 2014년 7월(연 3.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일반신용대출 금리는 0.54%포인트 상승한 연 5.16%를 기록해 2014년 9월(연 5.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신용대출 상승폭은 2012년 9월(0.66%포인트) 이후 9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만큼 대출금리 상승흐름이 가파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0.15%포인트 오른 연 3.61%로 집계됐다. 2018년 12월(연 3.61%) 후 가장 높다. 금리가 뜀박질 하는 것은 가계대출 지표가 되는 금리가 줄줄이 오름세를 보인 결과다. 은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평균 연 1.55%로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기 AAA급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평균 연 1.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에 따라 변동금리대출의 가산금리가 올랐고 보금자리론과 대출 지표금리가 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금리가 뛰는 만큼 가계의 빚 부담도 폭증이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 기준)에서 변동금리 비중은 75.5%로 집계됐다. 2014년 4월(76.2%) 이후 최고치다. 시중에 풀린 가계대출의 4분의 3 가량이 금리상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월급 절반으로 빚 갚는데...금리 또 오른다최근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 하우스푸어 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2금융권 대출까지 조달해 집을 사들인 영끌족의 신용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 유주택자의 경우 소득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 등 차입금 상환에 쓰는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올 3분기에 9.1포인트 상승한 18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의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 것이다. 기준점인 100은 소득의 25%를 대출 상환에 쓴다는 뜻이며, 이 지수가 182라는 것은 매달 소득의 45.5%를 대출 원리금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월급의 절반을 대출금 갚는데 쓰는 빠듯한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뛰고 있다. 그만큼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도 늘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2005~2006년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사들인 30~40대들을 중심으로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이들은 이자비용과 원리금을 갚고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하우스푸어가 100만~150만가구에 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