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전지'·전고체·리튬메탈…미래 배터리 주도권은 어디로
리튬 2차전지(배터리)는 1976년 스탠리 휘팅엄 미국 뉴욕주립대 석좌교수가 사이언스지에 개념을 발표한 이후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기술이다. 양극에서 분리된 리튬이온이 분리막을 통과해 음극을 오가면서 충·방전이 이뤄지는 원리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미국,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가 채택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양극활물질인 니켈·코발트·망간(NCM·삼원계)을 일정 비율로 배합한 리튬이온배터리(LIB)다.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은 니켈이다. 코발트 등에 비해 가격이 싼 데다 용량을 높일 수 있어서다. 발화 등 불안전성은 단점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선도업체들은 싸고 오래가는 배터리를 선보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95%까지 높인 ‘하이니켈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ATL 등 중국 제조사는 삼원계 배터리에 걸려 있는 지식재산권(IP)을 피하기 위해 코발트 대신 양극재에 철(Fe)과 인산(P)을 배합한 리튬철인산염(LFP) 기반의 배터리를 밀고 있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200㎞로 삼원계 배터리의 절반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최근엔 새로운 셀과 팩 제조 기술로 주행거리를 300㎞까지 늘렸다. CATL이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로 떠오르고,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잇따라 선택하는 이유다.

기존 LIB를 한국과 중국이 장악하자 미국 유럽 일본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사진)는 “기존 배터리 제조 노하우가 필요없는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함으로써 경쟁의 판을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 등은 전해질을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탈(脫)리튬 배터리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유럽의 대학·연구기관은 마그네슘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CATL은 리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소금전지’까지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할 정도다.

전문가들이 향후 5~10년 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는 건 리튬메탈배터리(LMB)다. 음극으로 흑연 소재 대신 리튬 금속을 쓰는 방식이다. GM, 현대차 등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SES는 지난달 107Ah 용량의 LMB 시제품 ‘아폴로’를 공개했다. 임태원 현대차 기초선행연구소장(부사장)은 “한국에선 투자하려고 해도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찾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