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ESG 경영의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과 ESG를 별개의 과제로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연 컨셉트-엑스 시연회.사진=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연 컨셉트-엑스 시연회.사진=현대두산인프라코어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최근 기업이 직면한 메가트렌드다. 많은 기업이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두 분야 모두 전환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리스크로 보기도 한다. 전환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결합하는 ‘트윈 트랜스포메이션(twin transform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의 결합은 당연한 수순이며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디지털 기술 활용이 지속가능경영 추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SG와 디지털을 연계한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ESG 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 내 데이터 확보다. 기업 활동 전반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재구성해 비즈니스 전략에 녹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ESG 정보 공시와 비즈니스 전환을 계획할 수 있다. 대기업은 협력사와 그룹사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중견·중소기업은 그러한 관리 체계에서 자사 ESG 경영을 점검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기후 행동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플라스틱이나 종이 사용을 줄이는 디지털 카드, 전자문서 등으로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데이터 확보를 통한 공급망 관리 등 ESG 리스크 대응에 디지털 전환을 활용할 수 있다. 양희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활용한 ESG 경영〉에서 “디지털 기술은 에너지나 원료의 최적화, 산업재해 방지 등 ESG 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일종의 도구”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유니레버가 대표적 사례다. 유니레버는 팜유 공급망 관리를 위해 2020년 8월 인공위성과 GPS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지를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실시간 GPS 데이터 신호로 팜유 농장의 위치를 확인해 불법적 산림파괴를 방지하고 생산 현장의 사고를 관리할 수 있다. 기업의 큰 과제로 떠오른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디지털 전환을 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는 2020년 산림벌채 제로화 목표를 달성했다.

국내에서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의 경영 목표에는 ‘디지털’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은행 지점 감소다.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인터넷 은행 성장 등으로 기존 전통 은행과 신흥 핀테크 산업의 경계도 흐려지는 추세다. 상품 중심의 기존 지점 영업만으로는 지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금융사들은 디지털 위주의 서비스 개편과 사업 전개로 공격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금융사의 ESG 추진에도 필수적이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은행은 수많은 고객과 차주에 대해 방대한 ESG 정보를 분석해 리스크를 파악하고 투자금 회수, 부도 위험 모니터링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현재 ESG 요소를 CEO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 반영 과정에 IT를 활용해 분기별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성과 정보의 적시성, 관리 효율성과 개선 효과를 높이고 있다. 협력사 ESG 관리에도 IT 요소를 활용한다. 특히 SK C&C는 그룹의 ESG IT 체계를 개발하고 관리한 노하우를 활용한 ‘ESG 정보 플랫폼’을 상품화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다. 내부 관리 역량을 비즈니스화 한 사례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 현장을 디지털 데이터 기반 무인 건설장비로 관리하는 프로젝트 Concept-x를 운영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건설 현장 측량 자동화, 장비 무인자동화로 건설 현장에서 정확하고 빠른 작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 비용 및 리스크 감소가 이뤄져 기존의 동일한 건설 현장 대비 경제, 환경,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김 상무는 “디지털 서비스를 비즈니스와 연동하면서 관리 차원의 효율성 외에도 새로운 비즈니스와 연계성까지 확보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은 디지털 전환을 ESG와 별개 과제로 인식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양 연구원은 “ESG와 디지털 전환 모두 경영 방식의 변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2가지를 별도로 접근하는 것은 곧 동일한 업무에 대해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를 중복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둘을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김정남 삼정KPMG 상무

“ESG 이행 단계 위해 디지털 전환 필수”
김정남 삼정KPMG 상무.사진=한경DB

김정남 삼정KPMG 상무.사진=한경DB

- 실제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과 ESG의 연관성을 느끼고 있나.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IT를 활용한 ESG 경영 필요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ESG 개념을 이해하고 체계를 확보하는 시기였다면 2022년은 비즈니스와 결합해 실제 이행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시기다. 이때 디지털화가 필수이기에 ESG 경영과 디지털의 결합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본다.”

- 구체적으로 어떤 활용이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IT를 활용하면 운영비 절감과 ESG 경영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 ESG가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되는 것이다. 환경(E) 측면에서는 IT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뿐 아니라, 예를 들면 AI와 IoT를 활용한 건설 현장의 무인화를 통해 공사 기간과 작업 시간을 단축해 에너지 절감, 먼지, 소음 문제 등 환경 측면에서 획기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사회(S) 측면에서는 공급망 관리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쟁광물 모니터링과 공급망 ESG 리스크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IT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지배구조(G)에서도 AI 등의 IT를 활용한 회계감사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 디지털 전환과 ESG 경영을 함께 달성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

“IT는 확장성이 없으면 활용도가 떨어진다.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로드맵이나 민간 차원의 협의가 바탕이 된다면 기업의 디지털 전환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ESG 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필요한 요소를 파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비즈니스 자체의 전환점이 되도록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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