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산업은 2021년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자동차·가전·조선 등 전방산업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의 감산으로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도 높아졌다.
철강·석유화학, 中 반사이익 기대…조선·해운은 호황 '뱃고동'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철강 수요는 올해 대비 1.5% 증가한 542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세계 철강 수요도 18억9640만t으로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중국의 철강 감산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한 해 철강 생산량은 약 10억t 수준으로 세계 전체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질 관리를 위해 감산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사들이 탄소 감축을 위한 공정 개선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철강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쇳물을 생산하는 철강사 중국 바오우그룹은 2035년까지 조강 t당 탄소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해 노후 고로를 폐쇄하고 전기로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섰다.

세계 3위 일본제철(닛폰스틸)은 2026년까지 일본 내 고로 수를 15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이를 일본 및 해외에 새로 짓는 전기로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로 감소로 줄어드는 생산 능력만 현재 총생산량의 20% 수준인 연간 1000만t에 달한다.

다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중국의 성장 둔화는 수요 회복의 제약 요인이다. 중국 헝다그룹 파산 사태가 향후 중국 내 건설 프로젝트 중단으로 확산될 경우 철강 수요 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철강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탄소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변동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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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中 대규모 증설 예정…전방산업 수요 유지가 핵심

2021년 석유화학 업계는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의료용 장갑의 원료인 NB 라텍스, 가전 소재로 많이 쓰이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등 일부 제품은 ‘없어서 못 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중국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어 지난해만큼의 호실적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거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42조7078억원의 매출과 5조48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2020년(30조765억원) 대비 42%, 영업이익은 2020년(1조7982억원) 대비 206% 증가한 수치다. 금호석유화학은 8조3343억원의 매출과 2조49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4조8095억원의 매출과 74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통상 4분기는 석유화학 산업 비수기지만 중국의 석탄 기반 화학설비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는 추세 속에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만큼 ABS 등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생산설비가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향후 2~3년간 증설이 지속될 전망이다. PE(폴리에틸렌)와 PP(폴리프로필렌) 등 수지 제품 역시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다.

증권업계선 “2021년 급등했던 ABS·폴리카보네이트(PC)가 수요 약세와 신규 증설 압박에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방산업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실적 상승세가 크게 꺾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에틸렌 수요는 전년 대비 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정환/남정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