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십 가격 올린 쿠팡, 안도의 한숨
“솔직히 한 달에 한 번만 주문해도 본전 뽑는 건데, 가격 올려도 되니 쿠팡이 망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쿠팡 없는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A포털 사이트 댓글)

지난달 29일 신규 회원의 와우멤버십 요금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변경한 쿠팡이 비교적 긍정적인 인터넷 여론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넷플릭스 등 다른 멤버십 요금이 올랐을 때 소비자 불만이 컸던 것과 달리 “5000원도 혜자(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는 “건당 3000원 내고 이틀 후에 받는 오픈마켓을 생각하면 기존 쿠팡의 월 2900원 멤버십은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원래 건당 3000원인 로켓배송과 건당 5000원인 30일 내 반품을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로켓직구 배송과 쿠팡플레이 서비스 또한 무제한 무료다. 와우멤버십 회원들은 요금 변경 전 기준 월평균 1만4000원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그동안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킨 것을 고객 저항이 적은 이유로 꼽는다. 적당한 비교우위에서 가격을 올린 사례와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는 다르다는 얘기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이번 가격 변경으로 오히려 와우멤버십의 적정 가격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며 “소비자들은 다양한 혜택에 비해 멤버십 가격이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지난 10년간 쿠팡은 소비자들의 배송 습관을 바꿨다”고 말했다.

특히 e커머스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도서산간 지역 거주민들은 쿠팡의 배송 서비스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은 “제주 지역에는 보통 3000~8000원의 추가 배송료가 부과되지만 쿠팡은 아니다”며 “다른 사이트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4~5일이 걸리기 때문에 로켓배송과는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걱정했던 쿠팡은 예상과 다른 소비자들의 반응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