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2022년은 ESG 도약의 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용어는 이제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2020년, 2021년을 지나면서 어느덧 ESG는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ESG가 비교적 단기간에 기업의 주요 경영 지표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의 중요성 부각, 세계경제 침체와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우리나라는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준으로 등장한 ESG에 대한 체감도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의 ‘광풍’ 수준인 국내 ESG 붐은 지구온난화 위기나 해외무역 의존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내생적으로 지닌 문제의식이 ESG라는 명확한 매개를 통해 한 번에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열된 분위기가 ESG를 더 빠르게 정착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긍정적 면도 있지만, ESG의 이름으로 요구되는 경영계 전반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속 가능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최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ESG’ 개념이 본격적으로 통합되었지만, E(환경)와 S(사회) 그리고 G(지배구조)는 각각 이미 오래전부터 각자의 필요성과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온 개념이다. 각각의 개념에는 깊은 철학적 기반과 역사가 담겨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ESG의 통합적 개념을 단기간에 정리해 규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단기간에 ESG가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면서 워싱 논란이나 인증 기구의 남발, 평가 기준의 격차 발생 등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서의 부작용 또는 일부 부족함으로 ESG가 표방하는 의미와 본질적 방향성을 의심하거나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ESG의 기반이 토양에 스며드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지난 수백 년간 익숙하던 재무정보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가 불과 몇 년 만에 비재무 정보 위주의 가치 평가로 전환되면 그것도 문제다. 지금은 묵묵히 나아가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글로벌 차원에서 수립된 환경·사회·지배구조의 기준과 정보를 통찰하고, 이를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ESG 공시 기준과 기관투자자의 ESG 평가 및 활용에 대한 기준이 정비되었으며, 국내 산업 부문에 ESG를 적용하기 위한 안내서도 마련되었다.

2020년은 ESG가 전 지구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시기였고, 2021년은 세계 각국의 기준 마련과 공시제도 정비 등의 시간이었다. 이제 2022년은 이를 토대로 도약의 해가 되어야 한다.

원종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