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근 인수한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를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시키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 인수로 세계 낸드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서는 만큼 시장 지위에 걸맞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핵심 인재 이탈도 막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30일 인텔 낸드사업부 1단계 인수를 완료했으며 인텔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 자회사의 사명을 솔리다임(Solidigm)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와 철저히 분리된 미국 기업으로 운영할 방침”이라며 “PMI(인수합병 후 통합) 작업이 끝나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출범하는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SSD사업과 중국 다롄 팹(생산시설) 등을 자산으로 두게 된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새너제이에 둘 예정이다. 최고경영자(CEO)에는 인텔에서 낸드플래시사업을 총괄하던 롭 크룩 수석부사장을 내정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솔리다임의 성장성과 투자자금 조달 등을 감안할 때 뉴욕증시 상장이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날 수 있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확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이 6%인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면 SK하이닉스의 전체 낸드 점유율은 20%대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기업용 SSD 시장만 따지면 세계 1위다.

일각에선 핵심 인재를 묶어두는 부수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 엔지니어들에게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주려면 미국 증시 상장이 가장 좋은 해법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을 시작하면서 자국 공급망을 우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인텔과 거래하던 고객사 관리 측면에서도 ‘미국 기업’으로 남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