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논은 탄소중립은 물론이고 순환경제 전환, 다양성 확보, 농업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식품 혁명을 이끌고 있는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 3월에 다논 CEO 자리에서 물러난 엠마뉘엘 파베르가 ISSB 초대 의장으로 임명되면서 다논의 ESG 경영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경ESG] 베스트 프랙티스 - 다논
다논의 ESG 경영을 이끈 에마뉘엘 파베르 전 CEO.사진=ISSB

다논의 ESG 경영을 이끈 에마뉘엘 파베르 전 CEO.사진=ISSB

프랑스 최대 식품 기업 다논은 지난해 극적인 반전을 겪었다. 7년간 다논의 ESG 경영을 이끌던 에마뉘엘 파베르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이 주주와의 갈등으로 2021년 3월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주가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경쟁사인 네슬레의 경우 5년 전보다 주가가 37% 상승했지만 다논은 12% 하락했다. 한편에서는 ‘ESG 경영의 실패’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2021년 12월 16일, 파베르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의장으로 임명되며 전 세계의 ESG 표준 평가 기준을 세우는 주요 인물이 됐다. 다논의 ESG 경영을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한 순환경제

‘음식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건강을 전한다.’ 다논의 기업 사명이다. 주요 제품군은 물, 유제품, 유아식, 식물성, 유기농 재료를 기반으로 한 건강식품이다. 회사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건강과 영양을 위한 식품을 추구해왔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스페인에는 영양 부족으로 장염을 앓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를 지켜본 이사크 카라소가 요구르트를 만들어 약국에 판매한 것이 다논의 시작이다.

그의 아들 다니엘 카라소는 프랑스 파리에 다논 초기 회사를 세우고 여러 식품회사를 인수해 다국적기업으로 탄생시켰다. 국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영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식품이라는 방향성은 잃지 않았다. 2007년에는 비스킷 부문을 매각하고 유아 영양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건강에 집중한 제품군을 완성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 자체가 ESG 경영 그 자체다.

다논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실현 수단은 신재생에너지 사용과 재생 농업이다. 다논은 RE100에 가입하고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선언했다. 탄소배출량의 57%가 농업 부문에서 나오는 만큼 농업의 전환도 필수적이다. 다논은 토지 회복력과 물·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차세대 농업인 지원, 동물 복지 증진을 골자로 하는 재생 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다논은 농업인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한 뒤 시장보다 생산 비용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성을 제공한다. 유럽 지역에서만 거래 농업인 40%와 장기계약을 맺었으며, 세계적으로 10만 명 농업인에게 재정·기술을 지원했다.
다논 초창기 광고.사진=다논

다논 초창기 광고.사진=다논

세계 각국의 환경에 맞게 특화된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생물 비료 비율을 15% 늘리고, 살충제 사용을 줄여 결과적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농업계의 수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인도 랄루 지역에 자리한 공장은 4R 방법론(Reduce, Reuse, Recycle, Reclaim)으로 운영한다. 물 사용을 줄이고 재사용하며, 빗물 관리 기술로 사용하는 물의 2배를 자연으로 되돌려준다. 재생 농업을 통해 토양 건강을 개선하고 토양의 탄소저장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4/1000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가입했다. 다논은 2025년까지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원재료를 100% 재생 농업에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으며, 500만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식품·음료 기업으로서 포장재 또한 다논의 주요 테마다. 다논은 “포장의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한다. 다논은 2017년 기준 전체 제품의 80%에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가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했다. 이를 2025년까지 100%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포장재뿐 아니라 재활용·재사용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도 고려한다. 다논은 실제로 재활용 수거 시스템이 부족한 지역에 수거 표준을 개선하고 폐기물 수거자를 지원하는 등 개선 사업도 진행 중이다. 다논은 EU가 세운 2025년까지 음료 용기의 90%를 수거한다는 목표를 생산자의 책임 확대 및 보증금반환제도 등을 통해 지원한다.

직원들의 복지와 다양성 확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특히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부모 지원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임신한 직원에게 업무 조건 조정 및 임신 중 영양 지원을 제공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가를 18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여성 직원이 50명 이상인 사무실에는 수유실을 마련해주고, 직업 보호 및 직장 복귀 지원, 유연근무제도, 모유수유 지원 등 산후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다논은 현재 18개국에서 이러한 부모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0년 기준 여성 이사의 비율은 42%이며, 임원과 관리자급은 51%가 여성이다. 이사의 48%, 임원의 30%는 대표성이 낮은 국가 출신으로 기업 내 다양성 수준도 높은 편이다.
네덜란드에 설립된 특수유아용 분유를 생산하는 다논 연구소.사진=다논

네덜란드에 설립된 특수유아용 분유를 생산하는 다논 연구소.사진=다논

최초의 미션 기업

다논은 2017년 ‘하나의 지구, 하나의 건강’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연결하고, 둘 다 영양을 공급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논은 소비자와 식품에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이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식품 혁명’을 제안한다.

다논이 제시한 식품 혁명은 ‘의식 있는 식습관’이다. 자신이 먹는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접시까지 오는지를 인식하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다논은 이러한 브랜드를 ‘매니페스토 브랜드’라고 부른다. 브랜드 선택이 곧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투표 행위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다논은 “사람들은 브랜드를 선택할 때마다 투표권을 행사하며, 그 브랜드가 투명하고 의미 있고 책임감 있기를 원한다”며 “다논의 모든 브랜드가 매니페스토 브랜드가 되어 식품 혁명을 주도하고, 수익성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논은 기업 브랜드에도 사회와 정치성을 부여했다. 이는 2020년 6월 프랑스 최초로 ‘미션 기업(enterprise à mission)’ 지위를 얻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는 기업이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목적을 고려하는 ‘미션 기업’이라는 법적 지위를 도입했다. 다논은 이 법안의 개정부터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며, 결국 첫 번째 ‘미션 기업’이 됐다.

다논은 비지오 아이리스, FTSE4Good 지수,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블룸버그 성평등 지수 및 환경·생태 분야 지수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논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ESG 평가 참여의 우선순위를 전한다. 다논은 ▲자사의 전략적 우선순위 및 목표와 관련성 ▲평가 접근 방식과 방법론의 견고함과 전문성 ▲성과와 전략 등을 개선할 수 있는 통찰력을 주는 평가 제도 ▲경쟁 및 업계 동료 평가를 통해 이해관계자가 비교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경우 등에만 참여해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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