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이미 지어진 건물 비싸게 사서 운용하는건 답이 없어요. 투자수익률 높이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발부터 시작하는게 답인 것 같습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방식이 바뀌고 있다. 리테일(상업시설)·호텔 등 대면업종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물류센터·오피스빌딩으로 투자 집중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0년 중반 자산운용사들 사이에는 건물 저층부의 '용도변경'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일명 '밸류에드'(Value-Add) 전략이 유행했다. 선호도가 낮은 오피스빌딩 저층부분을 리모델링을 통해 리테일로 용도 변경을 하고, 임차인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알짜 임차인 확보를 위해 지역 맛집을 섭외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려는 일환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피스 임차인 입장에서도 건물에 괜찮은 맛집이 있느냐 없느냐가 좋은 업무 환경 평가의 요소 중 하나”라며 “자연스럽게 리테일뿐 아니라 오피스 부분의 임대료도 올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종로·광화문, 여의도, 강남 일대 오래된 건물들이 이런 저층부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여 비싼 가격에 팔려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리테일을 찾는 유동인구가 줄었다. 기존의 리테일 매장들이 휘청이자 자산운용사들도 전략을 바꿨다. 아예 개발부터 참여하는 게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판단이 많아졌다. 그렇게 개발 가능성 높은 낡은 건물 입찰에 뛰어들었다. 이런 열기는 10여 자산운용사의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옥 입찰에서도 드러났다.

자산운용사들이 개발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을 개선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란 믿음 때문이다. 이미 신축 오피스빌딩뿐 아니라 괜찮은 입지의 오피스빌딩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졌다. 경쟁도 치열해 애써 입찰해봐야 낙찰 기대도 낮다. 결국 수익은 남들이 아직 하지 않는 영역에서 얻어야 한다는 판단이 확산한 셈이다.
서울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

서울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

대체투자시장에서 선도적인 운용사로 평가받는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호텔·리조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남산 밀레니엄힐튼호텔을 인수했다. 향후 오피스·호텔 복합시설로 개발해 운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울 호텔을 매입 후 오피스빌딩이나 고급 오피스텔 등 다른 용도로 바꾼 개발사업은 종종 추진됐었다. 이지스자산운용처럼 호텔을 살린 개발은 '강남 센터필드'(옛 르네상스 호텔) 이후 처음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카펠라양양' 리조트 개발사업에 합류할 예정이다. 2022년 초 개발사업 인허가 후 시행사 지분을 취득해 개발부터 운영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리조트 개발부터 운영까지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리조트 개발사업은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국내 고급 리조트 개발사업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 보고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카펠라양양 조감도

카펠라양양 조감도

건설사들과 손을 잡고 부동산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중견 건설사인 우미건설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 '이지스린'을 설립했다. 우미건설과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분은 각각 40%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디벨로퍼 네오밸류와 부동산 개발 운용사 이지스네오밸류자산운용에 공동 출자하기도 했다. 이지스네오밸류자산운용은 네오밸류의 콘텐츠 중심 개발 기획력과 이지스자산운용의 자산 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도심을 거점으로 하는 타운 매니지먼트 개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캡스톤자산운용은 롯데건설과 '부동산개발 및 자산운용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부터 참여한다고 해서 디벨로퍼의(시행사) 길을 간다고 보긴 어렵다. 디벨로퍼처럼 건물을 짓고, 바로 분양 등을 통해 차익을 내는 것도 좋지만, 자산운용사들은 '개발 후 운용'으로 건물 가치 높이는 방법을 선호한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발 후 바로 매각하는 것보다 잘 운용되는 건물임을 증명한 뒤에 파는 게 수익률이 훨씬 높다"면서 "자산운용사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만큼 전문성도 쌓이고 있어 가능한 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향후 3~4년 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사업은 단순 건물 매입·매각과는 또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 시기와 운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기도 한다. 험난한 개발사업 투자는 결국 많은 운용사의 성공과 도태로 이어질 것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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