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살·만성질환 사망도 중대재해법 처벌대상이라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즉,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 개념을 정의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 개념을 원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산업재해'에 대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문언상 넓게 규정하는 대신 모든 산업재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안전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만 처벌한다. 따라서, 산업재해 개념의 외연이 어디까지 이르는지가 처벌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처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자율대응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 개념의 외연이 처벌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 개념을 국어적·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훨씬 더 넓은 처벌범위를 가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 대해 ①업무와 관련성을 가지는 건설물이나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 유해하거나 위험한 물적 요인 등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②작업내용, 작업방식 등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③업무 그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 부상, 질병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9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안전보건을 위한 물적 시설의 미비 등으로 인한 경우 뿐만 아니라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포함시킴으로써 산업재해의 범위가 애매해지고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타당한 해석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른 한편, 고용노동부는 만성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고혈압, 당뇨, 생활습관 등이 원인이 되는 소위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의 경우에도 중대재해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10면). 심지어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체계에 반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업무상 질병의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은 급성중독의 경우에만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심혈관계질환은 만성질병이다. 질병 자체는 중대산업재해가 아니나 그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중대산업재해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의 체계적 정합성을 간과한 해석이라고 판단된다.

둘째,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에 반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 개념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는 경우에는 그 외연이 너무 넓어지고,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라는 구체적인 기준이 이를 필터링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중대재해로 처벌받을 가능성에 있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넓어지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법정형 등에 있어 훨씬 강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규정한 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체계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

셋째,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의 체계에 반한다.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사후적으로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라는 용어 대신 '업무상 재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5조 제1호). 이러한 업무상 재해는 사회보험의 원리가 적용되는 대상을 정하기 위한 개념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산업재해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이는 산재보상 제도가 민사적인 것이며,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재해를 국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에 부보하여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회식 시에 발생하는 사망 등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은 이러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는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작업내용·작업내용 등에 따른 것이거나 업무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는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이 작업내용이나 작업방식 등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이거나, 업무 그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이 발현되어 사망한 것 중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망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범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는 모든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되어 가벌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넷째, 중대재해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여 자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경우에도 업무상 사고와는 달리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는 그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는 의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두어 해당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8조). 그런데 심혈관계 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망에 포함시키는 경우, 그러한 사망이 업무상 질병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수사단계에서 판단을 하여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사망한 근로자가 소속되어 있던 회사는 물론 수사기관인 고용부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다.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으나, 어느 정도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고, 수규자들은 심각한 법적 불안정성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다고 해석을 하는 경우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유형의 중대재해를 피하기 위해서 도무지 어떠한 내용의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ㆍ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명하고 있는데(제4조 제3호),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서 어또한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여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섯째, 기존 실무례에도 반한다. 필자가 우매해서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 등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해서 처벌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높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하여, 작업환경ㆍ작업내용ㆍ근로시간 등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평가하고 근로시간 단축, 장ㆍ단기 순환작업 등의 개선대책의 시행, 작업량ㆍ작업일정 등 작업계획 수립 시 해당 근로자의 의견반영, 작업과 휴식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근로시간과 관련된 근로조건의 개선, 근로시간 외의 근로자 활동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 건강진단 결과, 상담자료 등을 참고하여 적절하게 근로자를 배치하고 직무스트레스 요인, 건강문제 발생가능성 및 대비책 등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설명, 뇌혈관 및 심장질환 발병위험도를 평가하여 금연, 고혈압 관리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을 명하고 있지만(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69조), 이러한 규정위반을 이유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 근로자의 소속 회사를 처벌한 사례를 들어본 바가 없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만성질환인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인 사망의 일 유형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구를 형식적·국어적으로만 해석한 결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체계와 다른 법령과의 관계를 등한시 한 해석으로 보인다. 또한 현실과 그 동안의 실무관행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모호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범위를 더욱 넓혀 주게 된다. 물적 시설 미비가 원인이 아닌 산업재해, 특히 사망에 대해서는 작업내용, 작업방식 등에 따른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업무 그 자체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의 발현으로 발생한 사망의 경우에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형사법규인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론으로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