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과 암호화폐가 주춤하자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은행들도 정기 예·적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하며 수신액 확보 경쟁에 나섰다. 사진은 최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창구. 한경DB
최근 주식과 암호화폐가 주춤하자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은행들도 정기 예·적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하며 수신액 확보 경쟁에 나섰다. 사진은 최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창구. 한경DB
#.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는 오른 금리에 황당했다. 그가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 발품을 팔아본 결과, 5년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은 최저 3.65~최대 4%대였다. 그는 "은행은 아무래도 실행일 기준이니 금리가 조사했던 것보다 더 올라갈 것 같다"며 "1월 한도가 복원되면서 우대금리도 다시 늘어날 것 같아, 좀 더 기다린 뒤에 대출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에서 대출이 속속 재개되면서 내년에 대출을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총량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대출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내년 1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재개한다. 이달 들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담대를 재개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주택 관련 대출을 모두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다.

신용대출도 최대 2000만원 한도로 낮췄지만, 다시 1억원으로 높인다. 모기지신용보험(MCI)와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도 재개한다. 주담대는 가급적 무주택자, 처분조건의 1주택자 위주로 운영하고, 집단대출은 최소물량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SC제일은행도 내년 대출 재개를 앞두고 지난 20일부터 사전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인터넷은행들도 내년 대출을 준비하고 있다.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를 소진했던 토스뱅크는 다음달 초 대출을 재개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대출 금리도 낮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내년 1월3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상품 상당수의 우대금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신용대출 대표상품인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는 기존 0.3%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주담대 중 '우리아파트론'은 우대금리가 최대 0.3%포인트에서 최대 0.8%포인트로 늘어난다. '우리전세론'은 최대 0.2%포인트에서 최대 0.7%포인트로 조정된다. 대출금리는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우대금리가 확대되면 전체 대출금리가 낮아지게 된다.

농협은행도 일부 우대금리 확대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동참을 고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내년 주담대를 계획중인 직장인 김 모씨는 "연말에 은행에 들려보니 우대금리도 없고 갑갑했는데, 내년 2월 주담대 받을 때 조건이 더 좋아질 거 같다"며 "카뱅도 주담대 시장에 진출한다니 총량규제에도 다소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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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권에선 연초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가 4~5%로 올해(5~6%)보다 강화된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이 넘는 대출자에게 DSR 규제가 40% 적용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DSR은 연간 총부채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담대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초에 대출 규제가 좀 해제되면서 대출을 받기엔 연말보다 조건이 좋아질 것 같다"면서도 "1월부터 DSR이 강화되는 만큼 금리나 대출 금액도 잘 따져봐야 하고, 아무래도 빨리 대출을 받자는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발표 및 예고하면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자는 '가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8월에 농협은행은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을 중단하고, 우리은행도 전세자금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했다. 이에 다른 시중은행으로 대출이 몰리면서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일부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는 곳이 나왔다. 이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면서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지난 11월말부터 주담대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분기별로 대출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선착순 대출 현상은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의 대출 관리 체계를 좀 더 내실화하겠다"며 "금융사에 분기별로 안분을 줘서 대출중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