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영은 단순히 사회적·윤리적 책임 차원보다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쟁규범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환경성을 개선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재무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를 연계하는 시키는 환경・경제 효율성 전략도 필요하다
[한경ESG] 환경경영 ABC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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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설명한 이해관계자, 오염자 부담 원칙, 전과정 책임에 이어 이번에는 시장경제적 접근과 환경·경제 효율성(eco-efficiency)에 대해 살펴보자.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환경론자들을 중심으로 환경보호는 절대선이라는 입장에서 기업의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기업경영은 냉혹한 현실이다. 환경이 제아무리 중요해도 자본주의사회의 근간인 시장경제 원리를 초월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전제로 기업활동을 영위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시장경제 원리에서 적용되는 게임의 법칙이 환경 측면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새로운 경쟁 규범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환경경영이 지향하는 접근 방법이나 실천 수단은 새롭게 정립되는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경쟁 규범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둘러싼 몇 가지 외부 여건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경경영의 규범

우선 국가별로 제정된 환경 관련 법 체계의 변화에 주목해보자. 과거 여러 국가가 채택해온 전통적 환경 법규는 대부분 명령과 통제에 기반을 둔 일방적이고 경직된 규제 위주의 정책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제정되는 환경 법규의 상당수는 시장경제적 수단을 활용할 뿐 아니라 상호 합의에 바탕을 둠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에 입각한 자발적 환경 개선을 유도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접근법은 궁극적으로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환경경영의 실천을 촉진하는 새로운 경쟁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각종 국제 환경 협약 및 표준에 시장경제적 유인책 도입이 검토되거나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의 이행 수단으로 도입하는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 예로, 무역과 환경의 연계에서 활용되는 각종 환경 부과금, 환경세, 국경세 조정 그리고 국제적 또는 국가별 표준 및 기술 규정 등에 의한 비관세 장벽 등을 들 수 있다.

환경경영 체제에 관한 국제 표준 규격인 ISO14001의 경우도 비관세 무역장벽을 만들거나 조직의 법적 의무를 증가 또는 변화시키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정부 차원의 비관세 무역장벽이 아닌 개별 기업 차원의 거래 제한 요건으로 적용된 사례가 허다하다. 최근 ESG 경영이 공급망에서 기업 간 거래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조치는 궁극적으로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환경경영 도입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녹색 소비자 증가도 중요한 외부 여건 변화로 볼 수 있다. 아직도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성이 품질, 가격 같은 기존 경쟁 요소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른 요소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환경성이 강력한 ‘결정 변수(decision variable)’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환경에 민감한 젊은 층의 녹색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성이 품질이나 가격 못지않게 중요시되는 추세다.

이처럼 몇 가지 외부 여건의 변화를 감안할 때 환경경영을 단순히 사회적·윤리적 책임 차원보다는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쟁 규범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환경·경제 효율성

환경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환경·경제 효율성(eco-efficiency)이다. ‘eco’는 환경(ecology)과 경제(economy)의 2가지 의미가 있으며, 기업이 환경성을 개선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재무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를 연계하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이 개념은 생산 방식이나 투자를 결정할 때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천연자원 사용 및 환경 부하 감소 같은 환경적 부담도 함께 챙기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가 1990년대 초부터 핵심 화두로 삼고 있는 개념으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한 지구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도 했다.

WBCSD는 환경·경제 효율성을 “지구의 자정능력(carrying capacity)을 넘지 않도록 전과정에 걸쳐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자원 사용을 줄이면서,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 가격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 다음과 같은 7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그 내용은 제품과 서비스의 원료 사용량 감축, 제품과 서비스의 에너지 사용량 감축, 독성물질의 확산 억제, 원료의 재활용률 제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지속적으로 사용, 제품의 내구성 증대, 서비스 지원 강화 등이다.

이러한 환경·경제 효율성은 자원 사용을 반으로 줄이고 생산은 2배로 늘린다는 팩터 4(Factor 4) 개념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 제조업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는 원단위 역수로, ‘생산량/환경부하’로 표시된다. 분자에 들어가는 생산량 대신 부가가치나 매출액 등을 사용할 수 있고, 분모인 환경부하에는 원재료, 오염 발생량, 독성물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이 환경·경제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자원 사용은 절반, 생산은 2배로 ‘팩터 4’



환경·경제 효율성은 많은 물질을 에너지와 폐기물로 변환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더 많은 서비스와 기능, 가치를 제공해 기업이 양적이 아닌 질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적 개념이다. 특히 오늘날 환경문제가 환경파괴에 국한하지 않고 천연자원의 고갈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경제 효율성 제고를 구체화하는 기술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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