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발(發) ‘가스대란’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재고 비축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가스대란이 장기화하면 국내 도시가스 요금 등 서민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6일 LNG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JKM LNG 선물(1월물) 가격은 지난 21일 100만BTU(열량단위)당 49.34달러로 치솟았다. 17일(35.87달러) 후 나흘 만에 37.6% 치솟았다. JKM은 글로벌 양대 LNG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거래되는 LNG 가격지표다. JKM 시장 현물 가격도 40달러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월 초 5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며 56.33달러를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가스관 폐쇄로 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이 ㎿h당 170유로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동북아시아 LNG 가격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이달 중순부터 중단했다. 이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h당 172.8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95.6유로)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러시아는 EU LNG 전체 수요의 4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주로 중동에서 LNG를 들여온다. 국내 발전사와 도시가스사에 LNG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연간 물량의 70~80%가량을 장기계약을 통해 수입하고, 나머지 20~30%는 현물 거래로 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절기 물량은 대부분 확보된 상황이어서 유럽 가스대란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다만 작년처럼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유럽 가스대란이 장기화하면 재고 대비 수요가 늘어나 현물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현물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단가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LNG 수입단가가 오르면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 압박을 받지만 서민 물가를 고려해 정부는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