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내년부터 최대 0.6%포인트 낮아진다. 우리은행이 올 하반기 들어 폐지했던 대출 우대금리를 되살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그동안 앞다퉈 우대금리 혜택을 없앤 다른 은행들이 우리은행처럼 ‘원상 복구’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가 1월 1일자로 ‘리셋’되는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연초부터 은행 간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銀, 대출 우대금리 ‘원복’

은행 우대금리 속속 '부활'…대출 금리 낮아진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상품 공시를 통해 내년 1월 3일부터 10개 신용대출 상품과 4개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기존 대비 최대 0.6%포인트까지 올리기로 했다. ‘우리주거래직장인대출’과 비대면 전용 ‘우리원(WON)하는직장인대출’ 등 주요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는 기존 0.1~0.5%포인트에서 0.3~1.0%포인트로 확대된다. 대표 상품인 우리주거래직장인대출 우대금리는 기존 최대 0.3%포인트였지만 1월 3일부터 최대 0.9%포인트로 늘어난다.

주담대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 확대된다. 우리아파트론과 부동산론, 우리전세론, 우리WON전세대출 등이 대상이다. 우리아파트론과 우리부동산론에선 지난 10월 사라진 다섯 가지 우대금리 항목이 부활해 최대 0.8%포인트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우리전세론(전세자금대출)도 우대 항목이 5개로 늘어났다.

금융소비자가 적용받는 대출금리는 은행이 매기는 상품 기준금리(코픽스나 은행채 금리)와 마진 격인 가산금리를 더한 뒤 소비자 혜택인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출된다. 우대금리를 높이면 최종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우대 조건은 급여·연금 이체와 공과금·관리비 자동이체, 신용카드 사용실적 등이 있는데, 주거래 소비자라면 무리 없이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새로운 우대금리 기준은 기존 대출에 대한 ‘소급 적용’은 없고, 해당일 이후 새로 가입하거나 연장, 재약정하는 대출에만 적용된다.

은행권 가계대출 경쟁 ‘재점화’

주요 은행들은 반년가량 우대금리를 없애고 대출금리를 높여 수요를 줄이는 ‘디마케팅 전략’을 펴왔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으로 시행한 고육지책이었다.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우리은행도 지난 6월과 9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우대금리의 최대 한도를 낮추고, 일부 우대 항목을 폐지했다.

그랬던 우리은행이 연초부터 선제적인 우대금리 부활 조치를 단행하자 경쟁사인 국민·신한·하나은행도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위축됐던 대출 영업을 복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연초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비슷한 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년 업무가 개시되자마자 우리은행에 대출을 빼앗긴다는 일선 영업점의 불만이 높아지면 똑같이 우대금리 원상 복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은행 간 대출금리 경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을 연간 단위로 관리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가급적 연말보다 연초에 미리 대출 자산을 확보해두는 전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우리은행 우대금리 부활이 연초 은행권 대출 경쟁을 조기 점화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내년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미 정치권에선 서민·실수요자 대출에 대한 배려를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만큼 올 4분기처럼 새해에도 전세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대훈/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