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의 출산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이 늦어지고 자발적으로 무자녀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20~30대 기혼여성의 출산 경험비율이 10년 새 2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만 30~34세 기혼여성, 출산율 20%P 떨어졌다
통계청이 24일 발간한 ‘통계플러스 겨울호’에 실린 ‘저출산 시대, 기혼여성 해석하기’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혼여성 중 출산을 한 사람 비중은 2010년 96.0%에서 2020년 91.6%로 10년간 4.4%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만 20~40세 등 젊은 층에서 감소폭이 컸다. 2010년 만 30~34세였던 1976~1980년생은 기혼자의 88.9%가 자녀를 낳았지만 2020년 해당 나이인 1986~1990년생의 출산율은 69.4%로 19.5%포인트 내려갔다. 만 25~29세의 경우엔 출산율이 같은 기간 73.6%에서 52.5%로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2020년 기준 연령별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1970년생 94.3%, 1980년생 90.0%, 1990년생 56.5%, 1995년생 57.1% 등이었다. 이 지표는 해당연도에 출생한 기혼여성 중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시점에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중을 뜻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혜균 통계청 통계실무관은 “최근 출생 코호트의 출산율 하락 현상은 결혼 기간이 짧아 출산하지 않았거나 불임 또는 자발적 무자녀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과 불임이 증가한 점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1980∼198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을 보면 20세 1.9%, 25세 14.8%, 30세 59.9%, 35세 80.3% 등이었다. 10명 중 4명은 30세에도 미출산 상태였다는 뜻이다.

반면 1950∼195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16.2%, 25세 69.5%, 30세 92.2%, 35세 95.5% 등으로 25세 때 절반 이상이 출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197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3.5%, 25세 34.5%, 30세 76.8%, 35세 90.1% 등이었다.

자녀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인식의 확산도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49세 무자녀 기혼여성 가운데 43.3%는 자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했다.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24.2%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