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업계는 코로나19로 세대교체가 빨라졌습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기존 여행사들은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반면 여행 숙박 플랫폼들은 급성장했습니다. 해외에서 국내로, 온라인 및 홈쇼핑에서 모바일로 여행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어때와 야놀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렌터카 등 사업 영역을 넓히고, 각각 여행사 온라인투어와 인터파크 여행·공연 예매 사업부를 인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도래할 때 해외여행객까지 확보해 여행시장의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도 있습니다. 네이버쇼핑, 쿠팡 등 여행 시장에 참전하기 시작한 e커머스입니다. 폭넓은 고객층과 풍부한 정보기술(IT) 인력을 보유한 이들에 맞서야 하는 여행 숙박 플랫폼들은 어떤 ‘혁신’을 시도하고 있을까요. 조동현 여기어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난 17일 서울 강남의 여기어때컴퍼니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조동현 여기어때 CTO "여행의 모든 것 제공하는 '슈퍼앱' 되겠다" [한경엣지]
조 CTO는 먼저 여행 숙박 플랫폼이 e커머스와 본질적인 특성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어때는 상품의 가격과 재고가 실시간으로, 자동으로 바뀌는 ‘오토(auto)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여행 및 숙박 상품들은 일반 상품들과 달리 시간의 제약을 받습니다. 예컨대 호텔 객실 예약은 날짜가 지나면 쓸모가 없어집니다. 때문에 호텔과 리조트는 객실 상품들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꾸며 최대한 많은 투숙객을 받으려 하지요.

공급도 정해져 있습니다. 객실 수입니다. 호텔들은 자체 홈페이지와 여기어때·야놀자·호텔스컴바인 등 국내외 여행 숙박 플랫폼에서 동시에 예약을 받습니다. 지금 여기어때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보는 호텔 객실은 야놀자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요. 각 플랫폼들은 실시간으로 숙박업소 재고를 파악해야 합니다. 새벽 등 시간을 가리지 않는 소비자 대응은 그 다음 이야기지요.

그래서 여행 숙박 플랫폼들은 e커머스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앱을 구현해야 합니다. 정보기술(IT) 역량은 필수지요. 여기어때에 따르면 전체 인원 430여명 중 35~40%가 IT 인력입니다. 조 CTO는 “입점한 숙박업소들의 공급망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재고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상품들을 앱 화면에 추천해줘야 한다”며 “모바일 앱과 여행 숙박 플랫폼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모두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동현 여기어때 CTO "여행의 모든 것 제공하는 '슈퍼앱' 되겠다" [한경엣지]
여기어때는 최근 렌터카와 공간 대여, 항공권 등에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요즘 플랫폼업계에서 유행하는 ‘슈퍼앱’, 하나의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갈 때 숙박 외에도 맛집을 찾고, 레저 활동을 하며 때로 차를 빌리지요. 이 모든 상품들을 갖춰 소비자가 여행 준비의 시작과 끝을 여기어때 앱 하나에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티몬, 네이버쇼핑 등 e커머스들도 숙박권과 레저 할인권 등을 판매합니다. 그러나 개별 판매만 합니다. 조 CTO가 말하는 슈퍼앱의 기능 중 하나는 상품 간의 ‘유기적인 결합’입니다. 예로 ‘3월에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롯데호텔 제주에 투숙한 30대 초반 부부’에게 어떤 렌터카가 적합할지, 어느 맛집을 이들이 선호하고 어떤 볼 거리를 찾아갈지를 예측해 추천하고 관련 프로모션을 만들어주겠다는 거지요.

그래서 다시 기술입니다. 슈퍼앱은 여행객에 대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을 총집합해야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조 CTO는 “2014년 설립된 여기어때는 수 년간의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여있다”며 “숙박 상품 5만 개에 교통·레저 상품 6만 개, 맛집 정보 25만여 개 등 품목 수도 많아 소비자가 편리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어때는 관련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적입니다. 최근 200여명 규모의 IT 인력 채용에도 나섰지요. 리더급 개발자에게는 연봉 외 기본 1억원 상당의 ‘사이닝 보너스’를 지급합니다. 스톡옵션은 상한선이 없습니다. 200명 채용이 완료되면 전 직원의 50% 가량이 IT 인력으로 구성됩니다. 조 CTO는 “여기어때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회사로 해외여행 시장이 열리면 또 한 번의 성장 모멘텀이 올 것”이라며 “앱 개발 및 운영, 데이터 분석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