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내놓은 ‘2022년 경제정책방향’은 과거와 비교해 무게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에 크게 변하는 것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내년 5월 9일이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호흡이 긴 정책 과제를 제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월 대선을 전제로 다음해 경제정책방향을 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선 결과가 어떻든 시행해야 할 핵심 정책만 추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택 임대 시장 안정 대책에는 신경을 썼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시행이 내년 8월 만 2년을 맞으면서 주택 임대료가 올라가고, 이것이 다시 집값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것이다.

집주인 실거주, 세입자에 통보

임대차 3법 불만 커지자…갱신 거부 주인, 실제 사는지 정부가 확인
정부는 주택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우선 집주인이 실거주를 명목으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경우 해당 주택의 임대차 정보를 세입자가 정기적으로 고지받을 수 있다. 집주인이 실제로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지, 다른 세입자를 들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임대차 정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지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기간 및 빈도는 추후 정해질 예정이다. 집주인이 실거주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 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사 나온 세입자 입장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내년 1년간 체결되는 주택 임대차 신규·갱신 계약에 한해 적용되는 ‘상생임대인 제도’도 도입된다. 상생임대인이 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위한 실거주 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임대차 계약 체결 시점의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여야 적용받을 수 있다.

임대차 3법 불만 커지자…갱신 거부 주인, 실제 사는지 정부가 확인
상생임대인이 되려면 새로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임대차 계약의 임대료 인상폭이 직전 가격의 5% 이하여야 한다. 계약 갱신권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세입자의 임대 기간(2년)이 지나 계속 거주할 때 임대료 인상폭이 5% 이내이면 가능하다. 신규 세입자를 들이더라도 직전 다른 세입자와 맺었던 임대차 계약 대비 임대료 상승폭이 5% 이내면 상생임대인이 된다. 다만 갭투자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전 세입자와의 임대 계약이 1년6개월 이상 유지됐다는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본인 집을 내주고 전세 사는 집주인 중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기 위해 실거주하려는 이들이 있다”며 “무리하게 입주하지 않아도 실거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도 도입

임대차 3법 불만 커지자…갱신 거부 주인, 실제 사는지 정부가 확인
아울러 매년 임대차 분쟁과 관련된 조정 사례집을 발간해 세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집주인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가 퇴거했지만, 이후 해당 주택이 부동산 임대 매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해 손해배상한 사례 등이 담겼다. 손해배상액은 500만원부터 2000만원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해당 사례를 참고해 세입자가 적절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적용되는 월세 세액공제 한도를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상향한다. 연간 급여가 5500만원 이하일 때 12%, 5500만~7000만원일 때 10%인 공제율을 내년 각각 15%와 12%로 올린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내년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6만2000가구에서 6만8000가구로 확대한다. 공공임대 주택도 5000가구 이상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전·월세 시장 안정을 불러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전 세입자에게 통보하는 것은 이미 세입자가 집을 옮긴 이후에 이뤄지는 만큼 시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상생임대인 제도 역시 대상자 및 대상 주택과 관련된 기준이 협소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