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재정 지출 증가율을 계속 유지할 경우 8년 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 지출이 민간 부문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승수효과부터 따져봐야 합니다.”(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신문과 싱크탱크 프롬(FROM)100이 공동으로 주최한 대선공약검증 토론회에서 검증위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재정 인식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막대한 재정을 풀겠다는 ‘돈풀기 경쟁’이 향후 국가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李·尹 '돈풀기 공약' 경쟁…"이대로 가면 8년 내 디폴트 올 수도"
국가채무비율 낮은 수준? “아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은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 살포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50조원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자, 국민의힘은 100조원 추경으로 맞받아쳤다. 검증위원들은 단기적으로 확장재정 추진이 타당하다고 봤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국가 개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것을 감안한 평가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 기조에 깔려 있는 재정 인식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봉 교수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작년 추가 지출을 하고도 45%에 불과한데, 100%를 넘어도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 후보 발언에 대해 “현재의 채무비율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재정을 고려한 공공채무(D3) 수준이 이미 높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작년 말 기준 채무 종류별 현황을 보면 국가채무(D1)는 846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3.8% 정도지만 공공채무는 1280조원을 기록해 GDP 대비 66.2%에 달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비용까지 계산하면 채무비율은 순식간에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기석 교수는 “재정 승수효과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승수효과는 투입된 재정이 만들어내는 국민소득 또는 생산 증가분으로 계산된다. 홍 교수는 “미국은 재정 승수가 1~2까지도 나온다는 분석이 있지만 한국은 0.6~0.7에 불과하다”며 “투입하는 재정을 모두 적자국채로 마련할 경우 70조원의 생산을 늘리려고 100조원의 빚을 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정부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은 지출 패턴이 확대되면 재정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재정준칙 준수 필요”
검증위원들은 재정준칙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재정준칙이 불필요하다는 이 후보 측 주장에 대해 홍 교수는 “단기간 지출 여력이 있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리 목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증위원들이 재정준칙 등 중장기적 관리 목표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 교수는 “8%대 지출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약 8년 후 국가적인 디폴트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를 보면서 지출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임기 중 연금재정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홍 교수는 “국민연금이 2035년까지는 기금이 쌓이지만 이후로는 GDP 대비 2~3%씩 감소한다”며 “새 정부 임기 중 연금재정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100조원대 추경’을 언급하며 재원 마련 방법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시하겠다는 윤 후보 측의 방침은 실현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 교수는 “올해 초과세수와 내년 예산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빚을 많이 내지 않고 100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각종 재정정책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 후보 측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