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든 비용을 나타내는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 중 하나다. 이 지수가 이달 들어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주담대 변동금리도 빠르게 치솟는 추세다.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과거의 금융 상식도 깨지고 있다.

하지만 코픽스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금리가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어떤 코픽스 기준 상품을 선택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한 코픽스는

은행연합회는 매달 15일 신규취급액·잔액·신(新)잔액 기준 코픽스 세 가지를 공시하고 있다. 세 가지 코픽스는 모두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한 달 만에 0.26%포인트 오른 1.55%로 집계됐다. 2010년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뒤 가장 큰 상승폭이다. 2019년 6월 새로 도입된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0.94%로 0.05%포인트 올라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월과 11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은행들이 그때마다 초고속으로 수신금리를 큰 폭 인상하면서 코픽스도 올 하반기 들어 덩달아 크게 뛰었다.

코픽스는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SC제일·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매달 조달한 자금의 금액과 수신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이들 은행이 그달에 새로 취급한 정기예·적금 같은 수신상품 금리와 금융채 발행 금리로 산출된다. 그만큼 수신금리와 시장금리 변동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최근 신규취급액 코픽스의 오름폭이 큰 이유다.

반면 잔액 코픽스는 새로 모집한 자금 외에도 과거에 모집한 자금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그만큼 시장금리가 더디게 반영되고 변동폭도 상대적으로 작다. 특히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예금도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보통 가장 낮게 산출된다. 은행들은 코픽스·금융채 같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최종 대출 금리를 정한다.

○상품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폭 결정

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을 때 소비자는 기준금리를 보통 △신규취급액 코픽스 △신잔액 코픽스 △금융채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이때 어떤 기준금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변동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대출금리 변동폭이 달라지게 된다. 가령 신잔액 코픽스를 선택했다면 6개월 후 금리가 바뀔 때는 6개월간 신잔액 코픽스 변동폭대로 금리가 오르거나 내린다.
주담대 금리 끌어올린 코픽스가 뭐길래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신규취급액 기준보다는 변동폭이 작고 시장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가 지금처럼 빠르게 오를 때는 변동금리 상품 중에선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게 향후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향후 금리 방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금리가 급등한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고정금리형 주담대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최근 하락하면서 신한·하나은행 등에선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