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듈 및 렌즈를 만드는 재영솔루텍은 휴대폰 부품 분야의 대표 강소기업이다. 하지만 2015년 자금난으로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신청해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탓이다. 신규 투자가 막히면서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 시장 진출도 접어야 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 나선 곳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의 기업 재기지원펀드였다. 2015년 8월 120억원을 재영솔루텍에 투자했고 덕분에 이 회사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기업 재기지원펀드는 2017년 개성공단 폐쇄로 재영솔루텍이 또 한번 위기를 맞았을 때도 12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재영솔루텍은 이 돈으로 베트남 공장을 지어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되살아났다.

성장금융이 설립 후 처음 만든 기업 재기지원펀드인 ‘에스지-케이스톤 펀드’가 지난 15일 청산되면서 펀드 성과가 투자은행(IB)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위기에 몰렸던 국내 강소기업들을 되살린 동시에 수익도 당초 기대치를 웃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펀드는 2013년 10월 기업들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630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성장금융이 운용하는 기업 재기지원펀드 3개 중 하나였다. 창호를 시공하는 코스모앤컴퍼니와 코스모화학 등도 이 펀드 덕에 부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들 회사는 2013년 경기 부진 여파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부실사업부를 정리하고 대주주가 사재 출연에 나섰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자 에스지-케이스톤 펀드가 150억원을 투자했다. 성장금융 관계자는 “기술력과 시장성을 가진 중소·중견기업 중에 계열사의 재무 상황 악화를 관계사 간 자금 지원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다 같이 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코스모앤컴퍼니 등은 이런 고비만 넘기면 충분히 재기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투자한 자금은 이달 초 모두 회수했다. 펀드가 만들어진 지 8년2개월 만이다. 상장사인 재영솔루텍과 코스모화학 주식은 장내에서 조금씩 처분했고, 코스모앤컴퍼니는 대주주와의 거래로 투자금을 되찾았다. 재영솔루텍에 투자한 240억원은 407억원이 됐고, 코스모앤컴퍼니와 코스모화학에 들어간 150억원은 320억원으로 돌아왔다. 펀드 수익률은 165%에 달했다.

성장금융은 1조50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4조2000억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도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