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설치된 한일시멘트의 이동식 레미탈 저장소
건설현장에 설치된 한일시멘트의 이동식 레미탈 저장소
오는 28일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일시멘트그룹이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의 주요 제조 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1년새 3배이상 급등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 3년 만에 전체 매출의 4분의 1가량이 비(非) 시멘트 분야에서 나오고 영업이익도 3배이상 커지는 등 사업다각화와 비용절감의 성과도 냈다. 특히 ‘녹색시멘트’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시멘트 인수 4년, 지주사 전환 3년만에 나온 성적표는

1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를 주력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는 올해 예상 매출이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19년 1조6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최대이자 역대 최대 실적인 셈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급등 영향으로 작년(1571억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주춤할 전망이다. 그래도 2018년 지주사 출범 첫해 영업이익인 411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

한일홀딩스 관계자는 “2017년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지 4년, 2018년 지주사로 전환한 지 3년이 되면서 기업 체질이 개선됐고 사업포트폴리오도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생산노하우와 기술을 교류해 상당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자재 대량 구매로 비용을 절감하고 각 사간 물류기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인수 시너지로 꼽힌다.

지주사 출범후 시멘트에 쏠린 사업 구조를 바꾼 것도 수익성이 높아진 비결이다. 2018년 설립한 석탄 및 철강유통 계열사인 ‘한일인터내셔널’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는 러시아 유연탄을 국내 철강회사에 공급하고 철강사의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종합상사 영업으로 올해 매출만 2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1178억원)보다 69%이상 급증한 것이다.또 관광사업을 확대하기위해 자회사인 서울랜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강원도 평창의 체험형 목장인 하늘목장을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변경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업계 유일 저탄소 인증, 레미탈 시장 개척...녹색시멘트 시장 선점

과거 시멘트산업은 탄소배출이 많아 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폐플라스틱 등으로 유연탄 연료를 대체하면서 자원재활용에 필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부 온도가 섭씨 2000도까지 올라가는 소성로(시멘트 제조 설비)를 통해 유해물질을 완전 분해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소각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는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재활용하기위해 2025년까지 친환경 설비에 27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생산 단계에서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고 탄소배출권으로 나머지 탄소를 상쇄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한일네트웍스 한일산업 서울랜드 등 다른 계열사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일시멘트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아 제도적 수혜도 독차지할 전망이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9월 업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마감용 시멘트인 드라이 모르타르(레미탈)에 대해 환경부로부터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을 업계 최초로 받은 것이다. 공공건축물의 ‘녹색건축 인증 의무화’제도에 따라 건설사가 한일시멘트의 저탄소 인증 레미탈을 사용하면 녹색건축물 인증 시, 가점을 받게 된다. 녹색건축물로 인증되면 건축물 기준 완화와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1종 시멘트에 대해서도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다.

한일시멘트는 1991년 업계 최초로 레미탈 제품을 출시해 건설 현장의 분진을 감소시켰다는 평가다. 지난해엔 업계 최초로 25㎏용량의 프리미엄 미장용 레미탈을 선보여 건설 현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기 단축 효과가 있는 데다 기존 40㎏용량의 무게를 줄여 작업 안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업계 중하위권에서 선두권으로...자기주식 소각으로 주주가치 높여

개성상인 집안 출신인 고(故) 허채경 선대 회장은 6·25전쟁때 월남해 한일시멘트를 설립했다. 현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은 허 선대회장의 장손이자 허정섭 한일홀딩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 회장이 2005년 사장에 취임하기 전 한일시멘트의 시장점유율은 업계 중하위권이었으나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선두권으로 끌어 올렸다. 2017년도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며 시멘트 내수점유율 1위가 됐다. 전근식 한일홀딩스 대표는 1991년 입사해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부공장장과 경영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현대시멘트 인수에 기여했다.

한일시멘트그룹은 1969년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하며 코스피시장 상장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지주사 전환 후 두 번의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배당을 늘린 것도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주식소각은 전체 주식 수를 줄여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 간접적으로 환원하는 수단이다. 배당총액 역시 2018년 125억원에서 올해 487억원으로 4배 가량 증가해 고배당주로 인정받고 있다.
한일시멘트 충북 단양공장
한일시멘트 충북 단양공장
한일시멘트그룹은 친환경 중심의 사업 매출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투자 및 M&A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전근식 한일홀딩스 대표는 “올해는 지주사 전환 후 3년여 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은 물론, ESG 경영을 본격 추진하며 100년 비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