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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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키면서 로봇 사업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전자가 앞서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로봇 사업에 고삐를 죄는 가운데 향후 수백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제대로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 뛰어드는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19년 CES에서 공개한 로봇. 왼쪽부터 '삼성봇 리테일', '삼성봇 케어', '삼성봇 에어'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9년 CES에서 공개한 로봇. 왼쪽부터 '삼성봇 리테일', '삼성봇 케어', '삼성봇 에어' [사진=삼성전자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임시조직인 로봇사업화 TF를 정식 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올 2월 발족한 TF가 채 1년도 안 돼 정식 사업팀이 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국제 무대에서 다양한 로봇 기술을 소개했다. 2019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미국 CES에서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를, 지난해 CES에선 강아지처럼 사용자를 따라다니며 명령을 수행하는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와 착용형 보행보조 로봇 '젬스'를 공개했다. 지난 1월에는 집안일을 돕는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삼성봇 핸디'를 선보였다.

이처럼 지금까진 TF를 통해 연구 단계의 시제품을 선보이며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개편을 통해 상설 조직으로 바꾸면서 본격 사업화를 추진, 수익 창출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승현준 삼성전자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봇 케어',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승현준 삼성전자 사장이 CES 2021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삼성봇 케어',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승현준 올해 초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은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의 정점"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한 결합을 통해 로봇이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로봇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제품 출시나 상용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아 아직 로봇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상태다. 우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활가전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로봇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쇼핑몰, 음식점에서 주문·결제·음식 서빙을 돕는 '삼성봇 서빙', 고객 응대 로봇인 '삼성봇 가이드'의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를 토대로 업계는 삼성전자가 머지않아 자사의 로봇 시리즈를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관련해 적극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AI와 함께 로봇을 핵심미래기술로 꼽았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 M&A가 필요하다"며 "3년 안에 의미있는 M&A가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LG전자, 다양한 로봇 선보이며 시장 선점 박차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국전자전(KES)'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부스의 클로이 로봇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한국전자전(KES)'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부스의 클로이 로봇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뉴스1]
일찌감치 로봇 사업을 미래 핵심 신사업으로 낙점한 LG전자는 구광모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했고, 그해 '로봇사업센터'를 설립하며 로봇 개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에 'LG 보스턴 로보틱스랩'을 설립해 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선 로봇사업센터를 BS사업본부로 이관, BS사업본부의 글로벌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해 로봇사업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짰다. 또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로봇 관련 회사들에 투자하며 안내·배달·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각종 로봇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로봇 상용화 분야를 호텔과 병원, 배달, 식음료(F&B) 등으로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병원과 호텔, 식당 등에서 자율주행하며 물건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서브봇' 출시를 시작으로 도슨트 기능이 탑재된 안내 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비대면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 등의 제품들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고 발굴하는 기업 DNA가 있다"며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로봇 시장에서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글로벌 1위 타이틀을 거머쥐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5년 내 로봇 시장 규모 209조까지 확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서 공개된 삼성전자 로봇 '볼리'(Ballie) / 사진=강은구 기자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서 공개된 삼성전자 로봇 '볼리'(Ballie) / 사진=강은구 기자
전자업계가 앞다퉈 로봇 사업에 힘을 싣는 것는 성장하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면서 자율주행 배달, 배송로봇 관련 니즈가 급증하는 등 로봇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전자 기업들의 로봇 사업 확장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로봇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선 세계 로봇 시장이 2017년 245억달러(한화 약 29조원)에서 지난해 444억달러(약 52조5429억원)까지 성장했고, 2025년에는 1772억달러(약 209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봇 파생 산업까지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40% 이상 증가 중"이라며 "국내 시장 규모는 2016년 3~4조원 수준에서 연평균 10% 이상 증가했고, 올해에는 7~8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AI, 반도체, 5G, 모빌리티 등 IT 기술를 집약해놓은 현대 과학기술의 결정체다. 글로벌 전자산업을 리드하는 삼성과 LG도 로봇에 투자를 확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AI 윤리나 보안, 로봇 사고로 인한 보험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LG전자]
LG 클로이 가이드봇 [사진=LG전자]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