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 예정…올해 적자 3.6조

보험사 20%대 인상 주장…금융위 '제한' 지침 전망
올해 수준 인상률 유력…3~5년 주기 보험료 갱신 부담↑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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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크게 인상할 전망이다. 계속되는 적자로 올해 초 보험료를 대폭 올렸음에도 보험사들로선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상돼서다. 보험사들이 내년 보험료 두 자릿수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3~5년 인상 주기가 도래한 가입자 사이에서 50% 이상의 '보험료 폭탄'을 맞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번 주 고객들에게 보험료 인상을 알리는 상품 안내문을 발송할 방침이다. 안내문 발송 대상은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2세대 표준화실손(2009년 10월 도입)과 3세대 신실손(2017년 4월 도입) 가입자다. 보험료 갱신을 위해 보험사 측이 영업일 기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고객에게 인상 예정 사실을 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예고 성격의 안내문인 만큼 일단 확정되지 않은 보험료 인상률이 제시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이달 말쯤 최종 보험료 인상률이 결정되면 관련 안내문이 재발송될 예정이다.

보험사 측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20% 이상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자 폭이 큰 1세대 구실손과 2세대 표준화실손 보험료의 경우 법정 상한선인 2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보험업계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올 3분기 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일반 실손보험 손실액이 1조9696억원에 달한다고 잠정 집계했다. 가입자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뺀 금액인 '위험보험료'는 9월 말 기준 6조357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지급한 보험금은 8조3273억원으로 2조원 가까운 손실을 낸 것.

위험손해율은 131%를 기록했다. 보험사가 평균적으로 고객으로부터 보험료 100만원을 받아서 보험금 130만원 이상 지급했다는 얘기다. 이를 근거로 한 올해 손보업계의 실손보험 손실은 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실손보험 계약 중 손해보험 점유율이 약 82%에 달하기 때문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합친 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3조원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보니 매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올해 손실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만큼, 보험료 25% 인상을 단행한대 해도 적자 폭을 메우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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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년 보험업계가 바라는 수준의 보험료 인상률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보험료 인상은 업계 자율로 정하는 게 원칙이나 총 가입자가 35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금융당국이 매년 보험사에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보험료 인상률 결정에 개입하는 구조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1·2세대 실손의 경우 20% 이상, 3세대 실손의 경우 10%대 초반 인상 등 평균 21% 인상률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회사별 평균 10~12% 인상률 책정으로 결론이 났다.

금융당국은 올해 더욱 보수적인 시각에서 실손보험료 인상률 지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체감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가 가입된 상품의 보험료 인상률을 높일 경우 짊어져야 할 부담이 크다. 내년 대선과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 입김이 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내년 보험료 인상률이 올해 수준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해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큰 폭의 실손보험료 인상 조치로 가입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 보험료 인상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은 예견돼 가입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할 전망이다. 올해와 같이 내년 실손보험 상품에 대해 회사별 평균 10~12%대 인상률이 적용될 경우, 3∼5년 주기의 갱신이 도래한 가입자 중에선 총액 기준 50% 넘게 인상된 '보험료 폭탄'을 맞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내년 4월 보험료 인상률이 적용되는 구실손 가입자 중 일부 고령층에선 보험료 인상률이 100%까지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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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의료 이용'이라는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올해 역시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증가한 데에 비급여 항목의 재정 누수 영향이 컸다. 대표적 사례가 백내장 수술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올해 15배가량 급증한 1조1528억원으로 추산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실손보험의 적자 구조는 단순한 보험료 인상률 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년간 억제된 보험료 인상률이 추후 재적용되면서 전체 가입자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서 "실손보험료 추가 인상을 막으려면 정부의 비급여 진료 관리 제도 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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