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수지도 입는다···돌아온 '쇼트패딩 붐'
‘교복 치마 위에 촌스러운 아빠 파카.’

1990년대 인기를 누렸던 짧은 기장의 파카가 뉴트로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아버지 세대에 유행했던 파카 스타일을 재해석한 ‘쇼트패딩’이 10~20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오랜만에 패딩 붐을 이끌고 있다. 이랜드그룹 스파오의 쇼트패딩 ‘허니푸퍼’는 출시 2개월 만에 28만 장이 팔렸다.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롱패딩(5만 장) 인기를 넘어섰고 2010년 6개월간 30만 장이 팔린 ‘패딩조끼’ 열풍마저 뛰어넘을 기세다.

쇼트패딩 인기에 생산량 늘린 패션업체

아이유·수지도 입는다···돌아온 '쇼트패딩 붐'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의 패딩 판매량이 올겨울 들어 급증하고 있다. 두 달 만에 28만 장의 판매 실적을 올린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연말까지 50만 장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가 이번 가을·겨울시즌에 주력 제품으로 내놓은 ‘노벨티 눕시 쇼트패딩’은 네이버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판매가격보다 10~20%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눕시’는 1996년 출시한 제품에서 착안해 디자인했다. 1990년대와 달리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색상의 패딩을 내놓은 점이 다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입으면서 입소문을 탔다.

K2코리아의 쇼트패딩인 ‘수지 패딩’은 생산 물량의 80%가 판매됐다. K2코리아의 11월 쇼트패딩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0% 증가했다.

2017년 평창올림픽 ‘롱패딩 대란’ 이후 이렇다 할 겨울 히트 상품이 없던 패션업계는 쇼트패딩 인기에 화색이 돌고 있다. 아웃도어업계는 당장 생산 물량부터 늘리고 있다. 작년 쇼트패딩 유행에 대비하지 못해 매출이 저조했던 블랙야크는 쇼트패딩 생산량을 작년 대비 10배 늘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블랙야크는 작년 쇼트패딩 수요 예측에 실패해 겨울 매출이 저조했다”며 “올해에는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달 기온이 떨어지면서 블랙야크의 ‘아이유 쇼트패딩’(사진)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0%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대목 만난 패션업계…‘수지 패딩’ 봇물

쇼트패딩은 엉덩이를 가리지 않는 짧은 기장에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는 패딩의 한 종류다. 허리에 달린 밴드를 최대한 조이고 조거팬츠(jogger+pants)와 함께 입어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연출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뉴트로(뉴+레트로) 열풍으로 20년 전 유행한 가볍고 짧은 패딩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종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 댄스팀이 통바지, 크롭티 등 1990년대 힙합패션을 입고 나오면서 쇼트패딩 인기에 불을 지폈다. 가수 아이유와 블랙핑크 제니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패딩을 입은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노출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쇼트패딩 인기에 아직 롱패딩을 입으면 ‘여의도 직장인’이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인터넷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11~12월 패딩 성수기와 겹치면서 온라인상에는 ‘패딩 계급도’도 회자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방한 등 기능에 방점을 둔 패딩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몽클레르 등 한 벌에 200만원이 넘는 ‘강남 패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의류업체 사이에서는 겨울 매출을 높이기 위한 패딩 마케팅 경쟁이 불붙고 있다. 아웃도어업체는 ‘아이유 패딩’, ‘수지 패딩’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롱패딩 이후 고전하던 의류업계가 올해 쇼트패딩 인기로 활로를 찾았다”며 “다음 유행할 패딩을 연구하는 등 트렌드를 빨리 반영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