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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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굴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이런 가격은 18년 만에 처음입니다.”

경남의 굴 협력업체 A사 관계자는 올해 굴 경매가 시작된 지난 10월 21일 통영 굴 공판장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날 10㎏ 기준 굴 평균가격은 16만2000원. 지난해 경매 첫날(10월 22일, 10만6000원)보다 52.8% 뛰었다. 대형마트 바이어와 공판장을 찾은 지난달 중순엔 가격이 20만원을 넘었다. 그는 “지난달 말까지 폭등했다가 김장철이 끝나가면서 가격이 다소 진정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굴 가격이 올 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 관련 기관들이 10~20여 년째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올해 같은 가격 급등세는 처음이다. 굴을 까는 ‘박신(剝身)인력’ 감소에 양식장 집단 폐사로 인한 작황 부진까지 겹쳐 가격의 불안정성이 역대급으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박신인력 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굴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년 오르는 굴 가격


1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굴 산지가격은 ㎏당 1만481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3164원) 대비 12.5% 상승했다. 2007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평년(9529원)보다 55.4% 높다. 11월은 김장철로 연중 굴 수요와 생산이 가장 많다. aT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굴 도매가격은 ㎏당 1만8500원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1만7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금값 된 굴···양식업 평생 이런 가격 처음"
굴 생산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달 굴 생산량이 6047t(껍데기를 제거한 알굴 기준)으로 전년 동기(6397t)보다 5.5% 감소했을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12월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1%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황 부진과 잇단 폐사로 씨알도 예전만 못하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경남에서 현재까지 굴 폐사 피해 신고는 통영 233건, 고성 90건 등 407건이다.

굴은 국내에선 병해가 적은 수산물에 속해 겨울 집단 폐사가 드물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이 폐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양식업자들은 지난여름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한 것을 이유로 든다. 하혜수 수산업관측센터 연구원은 “양식장의 피해 정도가 제각각이라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이제 더 오를 일만 남았다”


‘굴 까는 여사님’인 박신인력의 고령화는 굴 업계의 난제다. 40대 후반부터 70대 초반 여성으로 구성된 박신인력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대체할 인력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굴은 껍데기가 딱딱한데 알맹이는 연해 까는 과정에서 손상되기 쉽다. 숙련도에 따라 작업 속도도 큰 차이가 난다. 통상 숙련 인력이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굴을 수확해도 박신 작업이 늦어지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굴 생산업체들은 최근 10년 사이 박신인력이 30~4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경남의 굴 박신장 관계자는 “10년 전 90~100여 명이던 박신장 인력이 요즘 60명대”라며 “숙련된 여사님들은 월수입이 많게는 500만~600만원 수준인데도 점점 줄어 일부 박신장은 통근버스까지 운영한다”고 말했다.

손을 보태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사라져 인력난은 더 심화됐다. 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양식 등 어업 부문 고용허가를 받아 신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247명으로 2019년(3228명)의 7%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굴 업계가 몇 년 전부터 박신인력 고령화를 경고해왔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며 “여러 이유 때문에 굴 가격은 앞으로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형유통사들은 겨울철 굴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5일까지 거제 생굴(150g)을 신세계 회원에게 기존 가격에서 2000원 할인한 4980원에 판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체 양식장과 박신장을 보유해 물량을 맞출 수 있는 업체와 사전 계약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