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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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면서 인구 변화가 자산시장, 특히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만한 자료 두 건을 내놨다. 2070년까지 인구 감소 속도를 새로 집계한 '장래인구추계'와 1인 가구의 경제력을 상세 분석한 '2021 통계로 보는 1인 가구'다.

장래인구추계에서는 올해 한국의 총인구가 사상 처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2029년으로 예상했던 감소 시점이 8년 앞당겨진 것이다.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서는 1인 가구의 경제력과 거주 현황 등 생활 관련 내용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인구 감소에도 부동산 시장의 강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의 기저에는 늘어나는 가구수가 있다. 가구 분화로 1~2인 가구가 늘며 총 가구수가 증가하고, 이는 주택 수요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1인 가구 통계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검증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의 허상

전체 인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지만 가구수 증가폭은 그것대로 전망치를 뛰어넘는다. 2017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한국의 총 가구수를 2234만 가구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올해 9월 이미 2338만 가구를 넘어섰다. 줄어드는 인구보다 늘어나는 인구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타당해 보이는 부분이다.

인구 감소에도 가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가구 분화 때문이다. 4인 가구에서 자녀 2명이 각각 독립해 3인 가구가 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황혼이혼으로 노부부가 갈라서며 2가구가 되기도 한다.

가장 증가폭인 큰 것은 1인 가구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2%로 △2인 가구 23.4% △3인 가구 17.4% △4인 이상 가구 20.0%를 크게 압도했다. 1인 가구는 특히 2015년 27%였던 비중이 5년만에 1.5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증가폭도 가파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처럼 증가세가 가파른 1인 가구가 이른바 '국평'이라고 하는 주요 도시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구매할 수요자가 될 수 있는지다. 그게 가능하다면 인구가 줄더라도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집값을 떠받칠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면 가구수 증가는 주택 시장에 별의미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게 된다.

통계청가 내놓은 '1인 가구' 통계는 이같은 의문에 비관적인 답을 내놓는다. 1인 가구의 소득 및 자산 등 경제력이 4인 가구 대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1인 가구의 33.7%는 60세 이상 노인 인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 15.7%의 두 배 이상이다. 활발한 경제활동이 끝난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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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득과 자산에서도 1인 가구는 크게 취약했다. 2019년 기준 연평균 소득은 2162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인 5924만원의 36.5%에 머물렀다. 특히 전체 1인 가구의 77.4%가 연소득 3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에서 해당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32.5%)의 두 배 이상이다.

소득은 적었지만 월평균 소비지출은 132만원으로 전체 가구의 55.0%를 나타냈다. 소득 대비 높은 소비성향은 자산 축적 저하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1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1억760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39.4%였다. 전년 대비 부채 증가율은 20.7%로 전체 가구 평균의 4.7배 수준이었다.

낮은 자산을 반영해 주거 면적도 1인 가구의 50.5%가 전용면적 40㎡ 이하에 거주하고 있다. 전체 가구 기준으로는 해당 비율이 19.5%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도 일반적인 가구에 비해 크게 낮았다. 원하는 주거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1인 가구의 67.8%가 전월세 지원과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필요로 했다. 전체 가구로 보면 해당 비율이 45.9%에 불과했다.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 대출을 희망한 1인 가구는 15.8%로 전체 가구(34.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양보다 질이 중요한 '인구 충격'

이같은 점을 종합하면 1인 가구의 대부분은 주택을 구입할 경제력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구의 절대적인 숫자를 주택 수요로 간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인구와 세대수 변화 등을 논의할 때 전체 숫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구성, 다시 말해 질적인 변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서 이같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앞으로 30년 뒤인 2050년 한국 총인구는 4736만명으로 2000년 4701만명과 비슷하다. 2000년에도 한국은 역동적인 성장을 나타냈던 점을 감안하면 4701만명이라는 인구도 적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해당 인구를 구성하는 구조다. 2000년 당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7.2%에 불과했으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71.7%에 이르렀다. 하지만 2050년 노인 인구 비중은 40.1%로 6배 가까이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51.1%로 쪼그라든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노인 부양 비용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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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총인구 감소 이상으로 가파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5~64세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0년 3738만명(72.1%)에서 2070년 1737만명(46.1%)까지 빠르게 감소한다. 생산인구는 경제생활을 하며 실제로 돈을 버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주택 시장 수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총인구는 생각보다 감소폭이 크지 않다. 앞으로 10년간 연 6만명 정도가 줄어드는 수준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느끼는 변화도 작을 수 있다.

문제는 실제로 일하는 인구인 25~59세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향후 2032년까지 부산시 인구와 비슷한 350만명 정도가 사라진다. 해당 인구의 12% 정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일하는 연령 인구의 12%가 앞으로 12년만에 빠진다는 것인데 사회 모든 분야가 그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인구절벽을 체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못 느끼는게 당연했다. 한국은 물론 한반도 역사상 일하는 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가 2018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3년 동안에만 해당 인구가 30만명 감소했다. 갑자기 교사를 몇 천명 적게 뽑게 되는 등의 충격이 사회 각 분야에 구석구석 전이될 것이다."

'인구과 집값'을 고민해야할 때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도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줄어들고, 집값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비웃는다. 2010년대초 비슷한 비관론이 득세했다 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같은 시각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사회 및 경제 전 분야에 닥칠 인구 절벽 충격이 주택 시장만 피해갈 수는 없다. 조영태 교수의 책 제목이기도 한 '예정된 미래'는 시점의 문제일 뿐 어느 분야에든 결국 다가올 뿐이다.

2010년대 초에는 그같은 미래를 막연히 상상만했던 반면 지금은 총인구, 자연인구, 생산가능인구가 모두 감소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는 차이가 있다. 미래를 바꿔놓을 요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시점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현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 변화는 앞으로 닥칠 주택시장의 조정이 예상보다 길고 혹독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앞에서 살핀바와 같이 늘어나는 가구수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노경목/정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