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은 한국의 인구 부양정책이 최악의 실패로 결론났다. 한국은 사상 초유의 총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급감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총생산 감소에서 시작해 소비·투자·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향후 수십 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과거 저출산 대응 정책을 평가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예정된 인구 감소에 맞는 체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헛다리만 짚은 저출산 정책

향후 10년 총인구 64만 감소…생산연령인구는 357만명이나 줄어
지난 8월 감사원 집계에 따르면 저출산 예산을 처음 편성한 2006년 이후 작년까지 정부는 해당 분야에 380조2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사망인구가 출생인구보다 많은 자연인구 감소(인구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는 외국인의 국내 이주를 합친 총인구까지 감소하는 데 이르렀다. 저출산 정책의 직접적 대상인 결혼 1~5년차 신혼부부가 자녀를 갖지 않는 비율은 지난해 44.5%로 2015년 35.5% 대비 크게 뛰었다. 5년차 신혼부부만 놓고 봐도 자녀가 없는 부부 비중은 20.4%로 1년 전보다 2.1%포인트 늘었다.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장은 “저출산 예산을 뜯어보면 상당 부분 저출산과 관련 없는 부분에 집행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된 46조6785억원에는 학교공간 혁신, 청년 구직·창업 지원 등 저출산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전체 예산의 49.2%가 주거 관련 대출 및 융자로, 상당 부분 정부로 회수되는 돈이다.

부처 간 주도권 다툼도 정책 효율을 떨어뜨린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된 저출산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주도의 인구정책태스크포스(TF)가 공존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미래 성장률 추락으로 이어져

인구 감소세는 경제부터 충격을 주게 될 전망이다. 총인구 감소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폭이 더 가파르기 때문이다. 2020년을 시작으로 10년간 총인구가 64만 명 감소하는 사이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은 357만 명에 이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부산시 인구(336만 명) 전체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앞으로 10년간 한국 노동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라며 “실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25~59세를 기준으로는 감소폭이 12%에 이르러 사회 전 분야가 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노인인구는 급증해 젊은이들의 부담은 커진다. 작년에 태어나 2050년 만 30세가 되는 경우 생산연령인구 1명이 0.786명의 65세 이상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생산연령 이하인 만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까지 감안한 총부양비는 0.958명으로 예측됐다. 청년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오롯이 먹여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10년 후인 2030년 태어나는 경우 만 30세가 됐을 때의 노인 부양비는 0.904명, 총부양비는 1.063명으로 증가한다. 현재 청년들의 손자 세대가 될 2040년생은 만 30세 때 1.168명을 먹여살려야 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성장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노동의 절대적인 크기가 감소하며 직접적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여기에 노인 복지 비용 급증에 따른 국가재정 부담이 더해지며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구조”라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연 2%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45년 -0.56%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지난달 30일 내놨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며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노경목/강진규/정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