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커피 사랑이 남다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바뀐다. 동서식품이 이런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스턴트 커피업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엔 철저한 시장조사가 있다.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맛과 용량의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선보였다. 카누의 성장 비결이다. ○소비자가 만든 ‘카누 미니’2011년 ‘마일드 로스트’와 ‘다크 로스트’ 2종으로 출시된 카누는 디카페인 1종, 카누 시그니처 2종, 시즈널 스페셜 에디션 4종, 카누 라떼 10종을 포함해 총 19종의 라인업을 갖췄다.이 가운데 ‘카누 미니’는 소비자가 만든 제품이다. 초기 카누는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를 모티브로 스틱 한 개당 물 180~200mL를 타서 마시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 결과 스틱 한 개를 두 명이 나눠 먹거나 두 번에 나눠 타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주로 종이컵에 마시기 때문이었다.동서식품은 이에 착안해 120mL 종이컵 용량에 맞는 ‘카누 미니’를 개발하기로 했다. 카누 미니는 카누 발매 이듬해인 2012년 10월 출시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발빠르게 카누 미니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진 공법으로 원두 맛·향 높여카누의 변신은 계속됐다. 2018년엔 프리미엄 제품인 ‘카누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카누 시그니처는 기존보다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인 향보존동결공법과 저수율추출공법을 적용해 신선한 원두의 풍부한 아로마를 담았다.일반적인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 추출액을 가열해 수분을 제거하는 공법을 적용한다. 카누 시그니처는 추출액을 얼린 뒤 물과 커피의 어는 점 차이를 이용해 수분을 제거하는 공법으로 신선한 원두의 풍부한 아로마를 그대로 보존했다. 또 일정량의 원두에서 뽑아내는 커피의 추출량을 기존보다 더욱 줄인 저수율추출공법을 적용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렸다.동서식품은 계절별로 특색 있는 카누 스페셜 에디션도 선보였다. 2014년 겨울 에티오피아케냐과테말라 3종의 원두를 블렌딩해 ‘카누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내놨다. 향긋한 꽃, 과일 향기를 머금은 풍성한 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2016년엔 여름에 청량하게 즐길 수 있는 ‘카누 아이스 블렌드’, 2018년엔 꽃향기와 과일 향이 매력적인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라이트 로스팅해 만든 봄 시즌 한정판 ‘카누 스프링 블렌드’ 등 한정판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올해엔 홈카페와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를 반영해 ‘카누 싱글 오리진’을 선보였다.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를 찾아 즐기는 홈카페족을 겨냥한 제품이다. 카누 싱글 오리진은 ‘에티오피아 아리차’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링통’ 2종이다. 에티오피아 아리차는 이 지역의 조합에서 재배한 원두를 엄선해 라이트 로스팅한 제품으로 화사한 꽃내음과 새콤달콤한 과일향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링통은 원두를 미디엄 로스팅해 쌉싸름한 허브향과 흙내음,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가 어우러진 제품이다. ○‘라떼 맛집’ 카누2017년 1월 첫선을 보인 ‘카누 라떼’도 ‘카누 아이스 라떼’와 ‘카누 더블샷 라떼’, ‘카누 티라미수 라떼’, ‘카누 바닐라 라떼’ 등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계속 출시해 5년간 총 10종의 탄탄한 라인업을 갖췄다. 이 가운데 2019년 선보인 카누 티라미수 라떼와 카누 바닐라 라떼, ‘카누 디카페인 라떼’ 3종은 카누 라떼의 시장 저변을 확대한 제품이란 평가를 받는다.카누 티라미수 라떼는 기존 인스턴트 스틱 커피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맛이다. 카누 마일드 로스트에 코코아,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어 티라미수 케이크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맛을 냈다. 카누 바닐라 라떼는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 추출물과 신선한 우유가 함유된 라떼 크리머를 사용해 커피전문점 못지않은 부드럽고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카누 디카페인 라떼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디카페인 인스턴트 라떼 제품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스위스 워터 공법으로 커피의 향은 남기고 카페인만 제거해 라떼 본연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있다.지난해 내놓은 ‘카누 돌체라떼’와 ‘카누 민트초코라떼’는 홈카페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카누 돌체라떼는 연유 특유의 부드러운 달콤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꽃향기와 과일 향이 풍부한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100% 사용해 미디엄 로스팅한 후 연유 파우더와 라떼 크리머를 적절한 비율로 배합했다. 카누 민트초코라떼는 달콤한 초콜릿과 청량하고 상쾌한 민트향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미를 갖췄다. 페퍼민트 추출물과 코코아, 라떼 크리머가 어우러져 따뜻하게는 물론 얼음과 함께 차갑게 즐겨도 좋다.지난달엔 커피 함량을 더욱 높인 ‘맥심 카누 트리플샷 라떼’와 견과류의 고소한 풍미와 캐러멜의 달콤한 맛을 살린 ‘맥심 카누 너티 카라멜 라떼’를 내놨다.동서식품 관계자는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트렌드에 맞는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 카누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2011년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엔 커피믹스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설탕과 프림이 함께 들어있는 달달한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로 인식했다. 물에 쉽게 녹으면서도 원두의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생소했다. 동서식품은 새로운 제품을 알리기 위해 체험형 마케팅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팝업 스토어 캠페인을 벌였다.제품 출시 직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란 콘셉트의 카누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부산 중구 광복로에 선보인 카누 팝업 스토어는 책상 위 카페란 독특한 느낌으로 꾸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카누의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2018년엔 신제품 ‘카누 시그니처’ 출시를 기념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팝업 스토어 ‘갤러리 카누 시그니처’를 열었다. 정정엽, 박영진, 김기철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8명과 협업해 3층 규모의 공간에 총 10종의 예술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의 주제는 빛과 태양, 씨앗, 나무 등 최상의 원두를 만드는 대자연의 요소들이었다.갤러리 카누 시그니처도 체험형으로 꾸몄다. 관람객들은 카누 시그니처를 무료로 시음해보고, 조형물과 설치미술을 오감으로 체험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갤러리 카누 시그니처엔 약 3개월간 총 5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2019년 7월 여름 바캉스 시즌엔 강원도 양양 서피 비치에 팝업 카페 ‘카누 비치카페’를 마련했다. 카누 아이스를 무료로 맛볼 수 있는 커피 바를 비롯해 포토존 등으로 꾸민 이곳엔 한 달간 5만1000여 명이 방문했다.동서식품은 카누 시음에 사용되는 종이컵을 반납하는 소비자에게 카누 비치카페의 선베드와 해먹, 빈백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서울 한남동 맥심플랜트 지하 2층에 마련한 ‘카누 스위트 카페’도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공간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카페 속 미니 카페’ 콘셉트의 매장은 대형 티라미수 케이크 모형과 핑크뮬리 포토월, 우유거품을 연상시키는 구름 조형물 등 카누 라떼와 관련한 다양한 설치물로 꾸몄다. 이곳에서 취향에 따라 티라미수 라떼, 바닐라 라떼, 디카페인 라떼 등을 선택해 맛볼 수 있도록 했다.동서식품의 카누 팝업 스토어 마케팅은 국내 브랜드 최초로 ‘2013 아시아 마케팅 효율성 페스티벌(FAME)’에서 은상과 동상을 받았다. ‘2014 아시아 태평양 에피 어워드(Effie award)’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동서식품은 식품업계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통한다. ‘커피는 맥심’이라는 다섯 글자의 광고 문구는 맥심을 커피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란 카누의 슬로건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소비자에게 단숨에 이해시켰다.동서식품은 마케팅이란 개념조차 희미하던 40여 년 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장조사과를 설치해 소비자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짰다. 김광수 동서식품 마케팅부사장(62·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서식품의 마케팅 목적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대화하며 친밀한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동서식품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요.“동서식품 마케팅의 시작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놓기 위해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탐구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동서식품은 40년 전 소비자를 파악하고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시장조사과를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 조직으로 편성했습니다. 한국리서치, 한국갤럽 등 시장조사기업들과 협업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장조사가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공급자 중심의 시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놓던 시절이었습니다. PM(product manager)이라는 제도도 선제 도입했습니다. PM제도는 한 사람의 마케팅 담당자가 제품 기획에서 광고, 유통, 생산까지 전 분야를 총괄·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미미하던 시절부터 동서식품은 소비자 지향 마케팅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동서식품은 ‘톱스타 마케팅’으로 유명합니다.“‘톱스타 마케팅’은 맥심 브랜드가 지난 40년간 부동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모델이 주는 호감도와 좋은 제품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동서식품은 한 모델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모델과 브랜드를 연결해 인지하게 됐습니다. ‘공유 커피’(카누), ‘이나영 커피’(모카골드)처럼 말이죠.”▷맥심은 너무 대중적인 상품이라 오히려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맥심 브랜드는 국내에 출시된 지 40년이 넘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 브랜드입니다. 국내에 맥심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은 TV 광고를 비롯해 꾸준히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마케팅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이 아니라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맥심을 친구처럼 여기게 만드는 게 우리 임무이자 목표입니다.”▷카누를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땐 어떤 전략을 썼나요.“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세상에 없던 카테고리의 제품을 새로 내놓았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당시 식음료기업이 선호하지 않던 블랙 색상을 과감하게 적용해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등 원색 포장이 많던 시절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카누 출시 초기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카누의 브랜드 슬로건을 내건 팝업스토어도 열었습니다. 소비자가 카누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최근에는 동서식품의 브랜드 체험 공간 ‘맥심 플랜트’의 인기가 높습니다.“맥심 플랜트는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좋은 커피를 추구해온 동서식품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공간입니다. 2018년 4월 처음 문을 열어 지난 3년간 누적 방문객이 50만 명에 달합니다. 방문자의 약 80%가 20~30대 젊은 층입니다. 맥심이라는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가 있지만 맥심 플랜트는 그런 편견을 깼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3층 브루잉라운지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감각 커피’입니다. 태블릿 기기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의 향미, 산미, 로스팅 정도를 고르면 16종의 커피 중 하나를 추천해주고, 해당 커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울리는 시와 음악도 제공합니다. 커피를 미각, 후각뿐만 아니라 청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맥심 플랜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커피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마케팅 철학은 무엇인가요.“맥심 브랜드의 목표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맥심 커피 한 잔으로 작지만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마케팅 철학도 맥심 브랜드가 지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고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를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항상 되돌아봅니다.”▷문학상과 바둑대회도 매년 열고 있습니다.“동서식품은 주력 제품인 커피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클래식, 바둑, 문학 등 다양한 활동을 연계해 소비자와 함께하는 친근한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여성 신인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을 비롯해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바둑대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여는 무료 클래식 공연 ‘동서커피클래식’과 어린이 대상 도서 기부 프로그램 ‘동서식품 꿈의도서관’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