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이재용의 변화 승부수…삼성전자 대표 3인방 모두 교체
삼성전자가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대표이사 3인방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을 본격적으로 쇄신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7일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대표이사 3인이 유임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사안이 유력했지만 이 부회장이 변화를 주문하면서 급격히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2018년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퇴임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 전 "미래 세상과 산업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면서 우리의 생존 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면서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출장길에서 돌아오면서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느낀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이사 전원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해 미래기술 개발과 후임 양성에 힘쓰기로 했다. 2018년 권오현 전 부회장이 용퇴할 때도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이동한 바 있다. 종합기술원은 AI(인공지능),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첨단 소프트웨어 등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브레인'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혁신 기술 개발을 총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후임으로는 한종희 VD사업부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임명됐다.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한종희 신임 부회장은 IM(IT·모바일) 부문와 CE(가전)부문을 통합한 세트 부문장도 겸직한다. IM과 CE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도 부회장으로 영전한다. 사업지원TF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준비 역할을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재계에서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 등 여러 추측이 돌았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업지원TF는 전략, 인사 등 2개 기능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관계사의 공통 이슈 협의, 시너지 및 미래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정 부회장 승진은 사업지원 TF 역할 중 특히 미래사업 발굴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장에는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이 임명됐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그는 삼성전기에서 MZ(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인사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의 DNA를 DS부문에 심어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최경식 북미총괄(부사장)은 세트부문 북미총괄 사장으로, 박용인 DS부문 시스템LSI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법무실 송무팀장인 김수목 부사장은 세트부문 법무실장 사장으로 임명됐다.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인 박학규 사장은 세트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