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동료 보호못받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에 '누더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책임 묻는 재판은 아직 진행 중…사측 "위험한 일 시킨 적 없다"

"용균이가 떠나고 지난 3년은 긴 악몽을 꾸는 듯한 세월이었습니다.

용균이 같은 노동자들이 목숨 걸고 일해야 하고, 권리를 포기해야 일자리를 얻는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
김용균 죽음 후 3년, 뭐가 변했나…산업현장 여전히 '위험 상황'

한국서부발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아들의 생일이자 그의 3주기(10일)를 나흘 앞둔 지난 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3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해마다 노동자를 2천400명이나 죽이는 킬링필드와 같은 대한민국을 3년 내내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당시 24세) 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

김용균 죽음 후 3년, 뭐가 변했나…산업현장 여전히 '위험 상황'

사고 전날 오후 6시께 현장 근무에 나선 김씨는 오후 10시 20분께 동료와 통화한 뒤 사고 현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었지만, 그는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혼자 근무하다 결국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죽음 이후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의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위험 상황에 비상정지 스위치조차 누를 수 없는 현장은 여전하고 더 많은 김용균이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김용균 죽음 후 3년, 뭐가 변했나…산업현장 여전히 '위험 상황'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에 '누더기'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2018년 12월 이른바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개정법에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도급 금지 범위를 유해 화학물질 대상 작업으로만 제한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김씨의 동료들은 정작 보호받을 수조차 없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인 셈이다.

또 올해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만들어져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산재 사망자의 80%나 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까지 적용이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아예 제외됐다.

노동계는 이를 '누더기 법'이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보호하지 않는다.

여전히 열악한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더디기만 한 김용균 재판…서부발전 측 "위험한 일 시킨 적 없다"
김씨 죽음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법보다 더 더디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법인·대표이사 등 14명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1심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서부발전을 비롯한 피고인 측은 "김용균 사망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김용균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

위험한 일 시킨 적 없다"는 식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용균 죽음 후 3년, 뭐가 변했나…산업현장 여전히 '위험 상황'

노동계는 책임자의 권한만큼 김용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고는 내년 1월에나 내려질 예정이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관계자는 7일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연 고 김용균 3주기 현장 추모제에서 "질병과 사고와 죽음을 가져오는 환경과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균 죽음 후 3년, 뭐가 변했나…산업현장 여전히 '위험 상황'

이 자리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3년 전 김용균 노동자가 떠난 후에도 변한 게 없다는 말에 면목이 없다"며 "일하다가 죽지 않는, 차별 없는 사회를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김용균이 살아 숨 쉬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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