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중고차 막론하고 전세계 차값 상승 예고

통상 1% 내외 올랐지만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
반도체난에 신차 출고 늦고,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도 축소
테슬라 올해 7번 가격 올려…폭스바겐·도요타도 잇단 인상
내년 신차 가격이 올해보다 5%가량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등이 겹친 영향이다. 전기차도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배터리값 상승으로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도 내년부터 차값이 전방위적으로 급등하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신차 가격 5% 오른다…전세계 카플레이션 덮치나

원자재·물류비 증가에 차값 고공행진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내년 신차 가격이 평균 3~5%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연식과 부분·완전변경한 신차를 출시할 때 가격이 통상 1%, 많아야 2%가량 올랐던 이전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업계에선 차종별로 150만~400만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출시된 그랜저 연식변경 모델의 가장 높은 트림(세부 모델) 가격은 4388만원으로, 작년 모델보다 0.9% 비쌌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그랜저·니로 완전변경, 전기차 아이오닉 6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차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차체의 기본이 되는 철강재 가격 인상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최근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12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인상분인 t당 5만원보다 두 배 이상 큰 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자동차 강판에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신차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도 차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신차 출고가 3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늦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을 계약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운송 대란’ 우려와 겹쳐 물류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차값을 밀어올리는 간접 요인이다.

카플레이션 현상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경쟁사 차량과 비교해 판매 단가를 조금씩 인상하던 기존 전략을 접고, 너도나도 차값을 대놓고 올리며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방어하고 있다. 올해 일곱 번 가격을 올린 테슬라를 비롯해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값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 10월 신차 판매가격은 평균 4만5031달러로 1년 새 12.1% 급등했다. 3월부터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차 가격 인상은 중고차 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통 12월은 내년 연식변경을 기다리는 수요자가 많아 중고차 비수기로 꼽히는데, 내년부터 신차 값이 오르면 이와 연동돼 중고차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전기차 가격도 내리기 어려울 듯
전기차 가격은 내년에도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니켈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지속하면서 배터리 비용도 연쇄적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내년 리튬이온 배터리 팩 가격은 ㎾h(킬로와트시)당 135달러로 올해보다 2.3% 상승할 전망이다. 배터리 값 상승은 블룸버그가 가격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으려면 배터리 가격이 ㎾h당 100달러로 내려야 한다.

원자재 ‘병목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니켈 매장량이 20%로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자국에 세워진 배터리 공장 등에 먼저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콩고에 70% 이상 매장된 코발트 광산은 중국계 자본이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환경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현재 최대 800만원인 보조금을 600만~700만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전기차 값 상한선도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낮아진다.

환경부는 “제조사들의 전기차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보급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를 계약한 소비자도 차량을 내년에 인도받으면 보조금이 줄어든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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