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 사진=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2위 삼성전자와 1위 대만 TSMC의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TSMC보다 6개월가량 빠른 3나노미터 공정을 먼저 도입해 기술력으로 반전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36%로 확대

4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기업의 올 3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11.8% 증가한 272억7700만달러(한화 약 32조 1650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2019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특수가 줄었지만 스마트폰 성수기 진입 영향으로 파운드리 주문량이 늘었다"며 "3분기 내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평균 판매가격도 상승해 분기별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3분기 파운드리 기업 매출 [자료=트렌드포스]
3분기 파운드리 기업 매출 [자료=트렌드포스]
업체별로 보면 TSMC가 새 아이폰 시리즈 모델 출시의 영향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 키웠다. TSMC의 3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1.9% 증가한 148억8400만달러(약 17조6000억원)다. 시장 점유율도 53.1%로, 지난 2분기(52.9%) 대비 0.2%포인트 확대됐다.

TSMC는 선단 공정인 7나노와 5나노 노드 합산 매출 점유율이 이미 50%를 넘어섰고 스마트폰 칩과 고성능컴퓨팅(HPC) 칩 수요 지속에 힘입어 매출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도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1.0% 증가한 48억1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로 뛰었다. 하반기 스마트폰 신규 모델 출시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등 파운드리 수요가 늘었고 올 초 한파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미국 오스틴 팹 정상화와 평택 S5 라인 가동에 따라 매출이 증가했다고 트렌드포스는 설명했다. 다만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전분기(17.3%) 대비 축소됐다.

이로 인해 시장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35.6%에서 3분기 36.0%로 커졌다. 이어 3위 대만 UMC의 점유율은 7.3%,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6.1%, 5위 중국 SMIC 5% 등 순으로 나타났다.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로 연결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 거점이 양대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올라서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삼성전자 발표를 긴급 타전하면서 "삼성전자가 업계 1위 대만 TSMC에 바짝 따라 붙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 건이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이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하자마자 투자를 최종 결정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서 더 이상 TSMC에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도전해서 꼭 해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도에 '평택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 구축을 결정하던 당시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DS부문 경영진들에게 당부했다.

같은해 6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를 찾은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달 뒤 충남 온양사업장을 방문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삼성전자, 내년부터 TSMC보다 앞선 기술력 선보인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화성사업장 반도체 라인 사이를 걷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화성사업장 반도체 라인 사이를 걷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의 주문처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늘 TSMC를 따라가는 위치였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기술력으로 선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재까지 공개된 업체별 기술 로드맵을 보면 삼성전자는 TSMC보다 6개월 정도 빠른 내년 상반기 3나노미터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실상 처음으로 TSMC를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이 같은 계획과 함께 2025년까지 파운드리 용량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첫해인 2017년보다 3배, 2026년까지 3.2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5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차이가 크지만 선단 공정으로 불리는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비중이 6대 4 정도로 격차가 줄어든다. 사실상 10나노 이하 시장은 양강 체제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0나노 이하 시장 비중은 2019년 4.4%에서 양사의 미국 신규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에는 29.9%로 급증해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 점유율은 애플과 TSMC의 협력 관계가 공고해지면서 나타난 반짝 결과"라며 "추세로 보면 삼성전자도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5G, 6G, 와이파이,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반도체 등 관련 하드웨어와 인프라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에 최근 미국 출장에서 다방면 인사를 만나고 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