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세계점유율 하락
대만 TSMC와 격차 36.0%포인트로 더 벌어져
TSMC, 미국 일본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
TSMC의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에 기회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위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TSMC는 올해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무섭게 추격하던 삼성전자를 주저앉히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맞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TSMC의 몸값이 올라가는 게 오히려 고객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의 97%를 차지하는 상위 1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11.8% 증가한 272억7700만달러(약 32조641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상승에 따라 코로나 특수가 줄었지만, 스마트폰 성수기 진입의 영향으로 파운드리 주문량이 늘었다"며 "3분기 내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평균 판매가격도 상승해 분기별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도 2분기보다 약 11% 증가한 48억1000만달러(약 5조6541억)를 기록해 TSMC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2분기 17.3%에서 3분기 17.1%로 0.2%포인트 하락했다.
TSMC와의 격차도 그만큼 벌어졌다. TSMC와 삼성전자 간 점유율 격차는 올해 2분기 35.6%포인트에서 3분기 36.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몸값 치솟는 TSMC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김범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월 24일 오후 열흘 간의 미국 출장길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최종 발표했다./ 김범준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TSMC가 그만큼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TSMC는 미국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생산라인을 늘려가고 있다. 두 나라 정부 모두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로 인한 경제 타격을 우려해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를 위해 발벗고 뛰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12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에서는 소니와 함께 일본 구마모토현에 내년부터 2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와 28nm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서 2024년 말 이전에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만 남부 가오슝 지역엔 7㎚와 28㎚ 웨이퍼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는 하다. 최근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신규 파운드리를 짓기로 확정했다. 테일러 공장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5세대 이동통신(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에 활용되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하지만 고객사 확보 측면에선 삼성전자가 아직 TSMC에 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운드리는 길게는 2~3년 뒤 생산될 제품까지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돼 있는 삼성전자와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다.

차량용 반도체 중심으로 한 수급부족 상황도 삼성전자에 불리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주로 서버와 스마트폰 AP 등에 쓰일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반면 TSMC의 제품 라인업엔 차량용 반도체가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TSMC에 몰리면서 점유율 격차가 더 켜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TSMC 가격인상, 삼성전자가 반사효과 입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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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삼성전자에도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TSMC가 최근 고객사에 최대 20% 가격 인상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TSMC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10% 이상 가격을 올렸다. 업계에선 TSMC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는 하지만 가격을 20%까지 올리는 데 대해서 불만을 가진 고객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알려졌다.

고객사별 인상폭이 다른 점도 불만사항이다. 최대 고객인 애플의 경우 인상폭이 5% 미만이지만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나 시장 영향력이 작은 회사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전해졌다.

TSMC의 가격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일부 기업들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기술력이 TSMC에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선 삼성전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가전업체 등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반도체 제조를 맡기는 것을 꺼릴 수는 있다. 반도체 설계도를 삼성전자에 공개해야 하는데 향후 제품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계속해서 제조 이력을 안정적으로 쌓아가는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업력이 TSMC보다 짧기 때문에 이같은 편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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