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ETF 고공행진…11월 이후 30%↑, 상승률 1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최근 한 달간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은 30.05% 올랐다.

이는 해당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다음으로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29.86%),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19.02%),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18.58%)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셈이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유럽탄소배출권(EUA) 선물에,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는 유럽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의 탄소배출권 선물에 각각 투자한다.

이들 종목은 지난 9월 30일 국내 최초로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로서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최근 탄소배출권 '몸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꼽힌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심화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기인한다"며 "유럽의 전력 회사들은 천연가스 가격 부담에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을 사용해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가 감축 의무가 있는 업체에 탄소배출권을 무상 또는 유상으로 할당하면 업체는 자사의 배출량에 따른 배출권 부족분이나 초과분을 시장에서 거래한다.

정부가 탄소배출권 공급을 줄이거나, 기업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향후 전 세계가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맞이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유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일정 기간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투자 자산으로서 탄소배출권에 주목하고 있다.

KB증권의 내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가격의 변동성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비슷했으며 수익성은 주식·채권·원유 등 다른 자산보다 높았다.

유럽탄소배출권 가격의 경우 최근 3년간 연평균 37% 상승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은 공급이 꾸준히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나는 형태"라며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권 공급량을 연평균 1.74%로 지속해서 감소시켜온 반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산업 부문은 꾸준히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이 공격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이기로 하는 등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COP26 이후 탄소배출권이 주요 투자자산으로 부각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