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관왕 달성을 노리고 있습니다.”

"성장산업 찾는 뉴머니 풍부…내년 IPO시장 낙관"
박성원 KB증권 IB1총괄본부장(부사장·사진)은 1일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채 발행시장(DCM)과 주식 발행시장(ECM)은 물론 인수합병(M&A) 자문, 인수금융 실적에서도 국내 증권사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KB증권은 올해 1~9월 ECM 대표 주관 실적 선두로 올라서며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커버리지(coverage)그룹 경쟁력을 바탕으로 DCM에선 뛰어난 성과를 과시했지만, 유독 ECM에선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industry)그룹’으로도 불리는 커버리지그룹은 고객을 직접 만나고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영업인력 집단을 말한다. 핵심 영업 대상은 회사채를 자주 발행하는 대기업그룹 계열사다.

박 부사장은 “2017년 업계에선 유일한 중소기업(SME) 전문 팀을 만들며 기존 대기업 중심 커버리지를 넓혀온 데 따른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은 마켓인사이트 리그테이블 기준 DCM에서 2013년부터 올 1~3분기까지 9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올해 M&A 자문에서도 10여 건을 성사시켜 국내 증권사 중 선두”라며 “커버리지를 장악하는 IB가 결국 자본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기업공개(IPO) 시장을 포함해 자본시장의 활황 분위기 지속도 낙관했다. 박 부사장은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아 이동하는 풍부한 유동성을 ‘뉴머니’라고 표현하면서 “전통기업에서 성장기업으로 머니무브가 빨라지고 있다”며 “내년 IPO 시장도 건전하게 잘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CM 도약 배경을 내부에선 어떻게 분석하나.

“IB는 고객이 많아야 상품을 많이 팔 수 있다. 커버리지를 장악하는 자가 결국엔 시장도 지배하는 구조다. 작은 조직이었던 한누리투자증권(2007년 국민은행에 피인수) 시절부터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해왔다. DCM 트랙레코드(과거 실적) 1위를 찾는 고객이 늘고, 이 고객들에게 유상증자, 메자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대기업 증자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 투자 수요가 첫 번째 이유다. 미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증자로 많이 조달한 것이다. 과거처럼 나쁜 재무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생존형 유상증자와 전혀 다른 목적의 증자와 IPO가 늘어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유상증자 주관 실적도 많던데.

“증자는 ‘신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에 뉴머니를 공급하자’는 철학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7년 기업군별 채널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커버리지그룹에 중소기업(SME)본부를 만들어 영업 대상을 확대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역대 최고 IPO 호황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

“거품은 아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전통기업에서 성장기업으로 자금의 흐름, 즉 머니 무브가 빨라지고 있다. 업종별 차별화도 뚜렷하다. 내년 IPO 시장도 건전하게 잘 갈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M&A도 많이 보인다.

“올 들어 10여 건의 M&A를 자문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쿼드러플 크라운(4관왕)을 노리고 있다. DCM, ECM, M&A, 인수금융까지 국내 증권사 1위가 목표다.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많은 창업자가 승계를 포기하고 있다. 자녀가 노동집약적 전통산업을 승계하기 싫어하고, 규제도 많다. 2세, 3세들은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고 싶어 해 PE를 설립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많은 중견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오고, 성장산업을 찾는 뉴머니가 자본시장에 흘러들고 있다.”

▷시장 금리 급반등에 따른 기업 줄도산 위험은 없나.

“쇼크는 없다고 본다. 한국 기업인들은 변신에 능하다. 최근 2~3년 사이에 2차전지와 같은 산업 변화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를 돌이켜 보면 금리 상승과 주가 폭락으로 망한 기업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회사가 팔려 다시 일어선다. 오너십만 바뀌고 회사채는 손실 나지 않는다. 벤처산업도 정부 등에서 들어오는 뉴머니로 계속 커지고 있다.”

이태호/이현일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