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리콘밸리식 인사혁신…30대 임원·40대 CEO 나온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직급별 승진 연한을 없애고 임원 직급을 2단계로 단순화한 인사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나이와 입사 연도에 관계없이 성과를 올린 젊은 인재를 임원으로 중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뉴 삼성’을 향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A5면, 본지 11월 17일자 A1~3면 참조

삼성전자는 29일 연공서열 폐지를 골자로 한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삼성을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처럼 수평적인 조직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우선 적용한다.

임원 이하 직원들의 기존 직급인 커리어레벨(CL)은 사실상 폐기했다.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과 승격 포인트를 없애 능력만 있으면 승진할 수 있다. 지금까지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근무해야 다음 직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앞으로는 성과와 전문성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승격 세션을 열어 승진 여부를 가린다. 매년 3월 발표하던 정기 승격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 인트라넷에서 직급과 사번 표기도 삭제한다.

부사장과 전무를 부사장으로 통합하는 등 임원 직급도 간소화한다. 사장 이하 임원 직급은 ‘상무’와 ‘부사장’만 남았다. 이를 통해 30대 부사장과 40대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기틀을 마련했다.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없애고 ‘층수’도 줄인 셈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부르던 ‘부장님’ 호칭도 사라진다. 앞으로는 직원들 간 서로 높임말을 쓰고, ‘프로’나 ‘님’으로 부를 예정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