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 회장 인터뷰

케미컬 등 10여개 계열사 거느려
반도체 세정액·철강·제지 등
환경오염 방지 수요 가파른 증가

여성복 만들던 女사업가 판 키워
친환경 화장품 등 신소재 개발
"M&A로 1조 기업으로 도약"
태경그룹 소재 연구소를 방문한 김해련 회장(앞줄 오른쪽)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태경그룹  제공

태경그룹 소재 연구소를 방문한 김해련 회장(앞줄 오른쪽)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태경그룹 제공

“석회는 거의 모든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재활용 포장재 등 새로운 신소재 개발도 가능합니다.”

국내 석회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태경그룹의 김해련 회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태경그룹이 보유한 기술 경쟁력이 빛을 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서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국내 석회시장 강자
석회 1위 태경그룹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도약"

태경그룹은 무기화학 기초소재 분야에서 반세기가량 한우물을 팠다. 연매출 5000억원 규모의 태경그룹은 석회 소재 제조사인 태경산업을 비롯해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사 태경비케이, 액화탄산가스 제조사 태경케미컬, 산화아연 제조사 태경에스비씨, 친환경 화장품 원료회사 태경코엠 등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태경그룹의 석회 가공 제품 생산량은 연간 172만t으로 26%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이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김 회장은 “최근 폐수 처리와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환경오염 방지용 석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제품은 중화제 ‘액상 소석회’다. 알칼리 성질인 석회는 반도체 공장 등에서 나오는 강한 산성의 불산폐수를 중화시킨다. 폐수에 녹아 있는 아연 등 중금속도 석회와 반응하면 응결돼 가라앉으며 분리된다. 제련소와 폐기물 소각업체가 석회가루와 물을 섞은 혼합물에 배출가스를 통과시키면 석회가 유독성의 이산화황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잡는다.

김 회장은 “요즘 ESG 경영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중요해지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용도로 석회를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5년 사이 환경오염 방지용 석회 수요가 1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태경산업이 생산하는 석회 소재는 화학반응을 거쳐 고운 백색 입자의 탄산칼슘으로도 만들어진다. 제지회사와 페인트 제조사에서 백색 종이·백색 페인트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태경케미컬은 국내 최대 고순도 액화탄산가스 제조회사다. 반도체 세정액 및 선박건조용 용접가스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액화탄산가스를 압축·냉각하면 드라이아이스가 된다. 태경케미컬은 액화탄산가스·드라이아이스를 연간 35만t 생산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25%)를 지키고 있다.
“친환경 신사업 대형 M&A 검토”
태경그룹은 1975년 석회석을 가공한 탈황제를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납품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도 태경그룹의 석회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김 회장은 창업주 김영환 회장이 작고한 2014년부터 태경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자수성가한 벤처기업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1989년 29세 나이에 여성복 브랜드 ‘아드리안느’를 창업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에는 온라인 쇼핑몰 패션플러스와 트렌드컨설팅회사 인터패션플래닝을 설립해 연매출 200억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은 2012년 선친의 뜻에 따라 자신의 회사를 매각한 뒤 태경그룹에 합류했다. 김 회장 스스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이력은 태경그룹이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태경그룹은 2025년까지 친환경 화장품 소재, 이산화탄소 포집 소재, 재활용 포장재 등 33개 신소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090개인 거래처를 2500개로 늘리고 37개 수출국을 50개국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태경그룹은 54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자산 총액을 바탕으로 M&A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핵심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주 대상이다. 김 회장은 “작년에도 기업가치가 8000억원가량인 회사를 인수하려다가 마지막에 복합적인 사정으로 중단했다”며 “인수합병을 통해 1조원대 매출 고지를 넘보고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