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수평적 문화…30대 임원 발탁 가능해지고, 직급 노출 안 한다
이재용 '뉴 삼성' 가속 페달…이번 주 인사제도 개편·인사 단행
최근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확정지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는 내부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인사제도 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잇달아 단행한다.

5년여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지난주 돌아온 이 부회장이 귀국 일성으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언급한 만큼 내부 조직에 대해서도 큰 폭의 변화와 쇄신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금명간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중장기 인사제도 혁신과정 중 하나로 평가·승격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구성원들에게 설명했으며,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개편안은 철저한 성과주의와 그에 따른 보상, 수평적 문화 정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직급별 '표준체류연한' 폐지다.

삼성전자의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다.

현재는 승격하려면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기간이 폐지된다.

대신 팀장이 운영하는 '승격 세션'을 통해 성과를 인정받으면 과감한 발탁 승진이 이뤄질 수 있다.

30대 임원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직원 고과평가에서 절대평가도 확대된다.

고성과자(EX)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의 업적평가는 절대평가로 이뤄진다.

현행 삼성전자의 임직원 고과 평가는 'EX'(Excellent)와 'VG'(Very good), 'GD'(Good), 'NI'(Need improvement), 'UN'(Unsatisfactory) 등 5개 등급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는 VG 등급 비율이 25%로 한정됐지만, 이제는 훨씬 더 많은 VG 등급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5년마다 직무 전환 기회를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도 운용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직급이나 사번을 내부 통신망에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연말에 이뤄지는 승급 발표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본인과 부서장 이외는 승진 여부를 알 수 없고, 상대방의 직급이나 입사 연도도 알 수 없다.

임원을 제외한 호칭은 기존의 '프로'로 통일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직급 자체는 유지하되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직급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평적 문화가 정착되고 의사소통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현행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동료평가제'를 도입해 동료들 간의 상호 평가로 평가 방식을 다원화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개편안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시행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삼성전자 4개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현실의 '오징어게임' 참가자가 아니다"며 "무한경쟁과 불공정한 문화를 강화하는 인사제도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표준체류연한을 없애고 팀장 중심의 승격 세션 운영에 대해 "이미 극심한 팀장에 대한 직원들의 줄서기 문화와 그로 인한 회사 내 폐해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료평가제에 대해선 "직원 간 불신을 조장하고, 인사제도가 인기 투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인사 실험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또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뉴 삼성' 가속 페달…이번 주 인사제도 개편·인사 단행
다음 달 초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의 임직원 인사가 단행된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모더나, 버라이즌, 구글 경영진 등과 회동하며 바이오와 5G, 인공지능(AI) 등 삼성의 미래 성장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겼다.

그런 만큼 이번 연말 인사에 이 부회장의 현실 인식과 미래 구상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부분장 겸 대표이사 3인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지가 관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와 언급으로 볼 때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