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금융권 디지털 사업통(通)이다. 약력도 화려하다. 휴렛팩커드(HP) 아시아 지역 컨설턴트를 시작으로 퍼스트데이터코리아,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금융사를 중심으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냈다.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건 2018년 6월. 디지털그룹을 총괄하는 CDO를 맡은지 만 3년이 넘었다. 그 사이 우리은행의 DT추진단은 디지털그룹으로 격상됐고, 황 CDO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모바일뱅킹 앱이었던 우리WON뱅킹은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새 단장했다.

3년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전쟁터와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렸던 10분 남짓한 사이 결재를 받고 나간 사람만 세 명. 전쟁터라는 표현이 과장된 엄살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디지털타워에서 황 CDO를 만나 속 사정을 들어봤다.

-

Q. 2018년 6월 부임하신 이후 꼬박 3년 반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소회가 궁금합니다.

A. 전쟁터 한가운데 있다는 느낌입니다. 100여 년 동안 다져진, 대면 영업에 최적화가 되어있는 (은행의) 모든 제도와 관행, 경험을 바꿔야 합니다. 그 과정 자체가 대단히 어렵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변화의 시간을 많지 않습니다. 경쟁 상황이 매우 치열한데다 그 변화가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나줘야 하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전쟁터에 나와 앉아있는듯합니다.

Q) 우리은행은 '디지털그룹'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업을 전개 중입니다. 그룹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디지털 그룹이 디지털 금융단과 DI추진단, 두 개의 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단은 원뱅킹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서 실제 세일즈와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DI추진단의 DI는 Data Intelligence, Digital Innovation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디지털 금융에서 필요한 데이터와 AI 등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그룹 내에는 두 개의 단을 포함 본부장 2분, 부장 11분이 있는 메머드 조직이 되어있습니다.

Q) HP, 증권사 등을 거치셨습니다. 앞서 겪으셨던 회사들과 우리은행과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A) 전통적으로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순혈주의 혹은 내부의 공채 문화 자체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들이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좀 다른 경험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뒤섞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이 그런 부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과 문화를 일컫는지.

A) 일상에서부터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경험으로 변화를 시도하려고 많이 애를 썼습니다. 예를 들어 보고 문화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많은 오래된 기업들이 종이 문서로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각 외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보고받는 사람이 종이 문서를 배격한다는 것 자체가 조직에게 주는 영향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능한 최대로 종이 문서를 배격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를 각각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Q) 타행보다 이거 하나는 자신 있다고 꼽을 만한 점은?

A) 우리은행의 디지털 추진 전략은 기존 은행의 강점과 변화된 기술 환경을 아주 적절하게 조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즉 우리은행 디지털 전환의 차별화된 목표는 테크놀로지 기반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와 기존 영업인력에 의한 금융 서비스를 조합해 가장 효과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고 기계로 대체된 서비스가 고객 입장에서는 100%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직원이 직접 원격 상담을 하는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출시했습니다. 디지털 서비스와 사람에 의한 서비스를 조합을 하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내년 혹은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A) 은행의 디지털화의 완성은 디지털 조직이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존 사업 부문이 디지털 비즈니스를 잘한다면 디지털 전담 조직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디지털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그게 우리은행의 디지털 완성을 가늠하는 역설적인 하나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디지털 전담 조직이 없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

▲한양대 수학학 석사

▲HP 아시아지역 컨설턴트

▲KB투자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

▲하나금융투자 최고정보책임자(CIO)

▲(現)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배성재기자
"우리은행, 디지털 조직 없애는 게 목표" [금융 디지털 수장에게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