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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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MZ(밀레니얼+Z)세대가 경제와 소비의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MZ세대는 머리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으로 '민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잣대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이 바야흐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움직이는 큰 손이 됐죠. MZ세대의 관심과 함께 피어나는 새로운 흐름과 이야기를 '민지담(談)'으로 모았습니다.
# 여행을 좋아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쇼핑몰 11번가를 통해 미국 브랜드의 땅콩을 해외 직구(직접구매)했다. 마지막 해외여행 당시 비행기 안에서 먹은 것과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란 점이 구매욕을 자극했다. A씨는 "땅콩으로나마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조금 달랬다. SK텔레콤 유료 구독 서비스 '우주 패스'를 사용 중이라 배송비 부담 없이 제품 가격 4790원만 내고 구입할 수 있었다."며 웃음지었다.

# 다이어트를 위해 저탄수화물 식단을 애용하는 직장인 B씨는 이달 초 쿠팡의 '로켓직구'로 설탕 대용품인 '몽크프루트 스위트너'를 주문했다. 유료멤버십 '와우회원'에 가입한 그는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장기간 다이어트 중이라 아몬드 가루와 섞어 홈베이킹으로 '저탄수화물 쿠키'를 만들었다. 직구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주문한지 사흘 만에 도착해 놀랐다"고 말했다.

연말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블프·11월26일)가 개막했습니다. MZ세대는 '세계화 시대 쇼핑 천국'에 살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온라인이 세계를 연결하면서 해외 곳곳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가 늘었습니다. 여기에 이커머스 기업들이 다양한 직구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배송 경쟁에 돌입한 덕에 생필품을 해외에서 직접 공수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해외직구도 '배송전쟁'…사실상 무료 배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해외직구 시장이 한층 커진 만큼 이커머스 기업들의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모습입니다.

빠른 배송과 직매입으로 'e커머스 공룡'의 입지를 굳힌 쿠팡이 대표적입니다. 국내 제품과 같이 현지 제품을 직매입해 풀필먼트센터에서 보내는 '로켓 직구'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올 3월 해외직구 취급 품목을 기존 미국 제품에서 중국 제품까지 넓히며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입니다. 블프에 맞춰 오는 28일까지 매일 트가 제품을 선보이고 나섰습니다. 중국의 최대 할인 행사 시즌인 '광군제'(11월11일·독신자의 날)'에도 대형 행사를 벌인 바 있습니다.
사진=쿠팡
사진=쿠팡
유료멤버십 회원에게 일정 기간이란 조건으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쟁 심화 속 사실상 고착화된 분위기입니다.

타사도 멤버십 서비스를 바탕으로 '사실상 무료배송'과 '빠른 배송'을 앞다퉈 제시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주요 행사마다 할인쿠폰을 뿌리며 모객에 나섰습니다.

SK텔레콤의 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지난 여름 세계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서비스 강화에 나섰습니다. 11번가 회원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아마존 직매입 상품 한정)을 2만8000원어치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의 유료 구독 서비스 '우주 패스'(월 4900원부터)를 활용하면 구매액에 상관 없이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신세계그룹 식구가 된 이베이코리아도 지난 9월 해외직구 전문관 '니하오! 갓성비'를 열며 직구 서비스 강화에 나섰습니다.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데다 전 상품이 무료배송됩니다.

해외직구 배송대행지 서비스에서 직구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코리아센터의 몰테일도 집토끼 지키기에 한창입니다. 현지 언어를 몰라도 몰테일을 거쳐 해외 쇼핑몰에서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다해줌' 서비스 제휴처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쇼핑몰까지 넓혔습니다.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국내 고객 공략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광군제의 주인공 알리바바그룹의 산하인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품목을 모은 전문관을 열고 한국 5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일부 지역은 최대 3일 내 배송도 가능하다고 알리바바 측은 소개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외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해외 직구를 할 수 있습니다. 창업이 늘고 있는 청년층 혹은 '투잡족'에게 해외직구 온라인쇼핑몰 창업은 주요 선택지의 한 축으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몰테일의 모회사 코리아센터, 카페24 등이 온라인 판매자들의 물류업무를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 덕입니다.

코로나 후 해외직구 수요 늘어…피해도 '증가'

명품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구매대행을 이용해 가방·신발·의류 등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명품 선호 현상이 지속되면서 구매대행을 이용해 가방·신발·의류 등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디지털 채널 소비 생활이 늘어나면서 직구 수요도 자연스레 늘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14일부터 6월23일까지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 10명 중 8명 이상(82.1%·8207명)이 디지털 채널로 소비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조사 결과인 44%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거래 유형별로 해외직구 비중이 9.4%를 기록해 2019년 조사(6.5%)보다 2.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원이던 해외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4조1094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늘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해외직구(60%), 인터넷·모바일쇼핑(52.5%), SNS 플랫폼(45.2%) 순으로 불만 경험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원은 이에 블프 등 연말에 해외직구에 나설 때에는 피해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실제 연말은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상담의 20% 가까이가 집중되는 시기라고 하네요. 2018년부터 3년간 접수된 해외 직구 소비자상담 3만5007건 중 11~12월 접수분이 6678건(19.1%)에 달한다고 합니다.

소비자원은 "구매 전 구매 후기 등을 통해 판매자의 신뢰도를 확인하고, 물품 배송 현황을 자주 확인해 문제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며 "대금 환급이 지연되면 판매자나 오픈마켓 등에 적극적으로 대금 환급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