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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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한은 기준금리가 뛰면 원화가치가 뛰는 것과는 대조적 행보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원·달러 환율에 보다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3원10전 오른 달러당 1193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30전 오른 1190원50전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지난달 12일에는 환율이 1198원80전에 마감하며 작년 7월 24일(1201원50전) 후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환율은 위기의 경계선으로 통하는 '1달러=1200원' 수준에 육박했다. 1200원을 돌파한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08년 9월~2009년 9월, 유럽재정위기가 전세계를 덮친 2010년 1~5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전격 평가절하하기 전후인 2015년 9월~2016년 12월에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탄탄한 데다 기준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 3%로 제시하는 등 경기회복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전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인상한 한은은 내년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환율의 오름세는 Fed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는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실시한 데다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Fed가 지난 24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FOMC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계속 목표치(2%)를 웃돌면 예상보다 빨리 테이퍼링을 마무리 짓고 금리인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1년전보다 5.0% 뛰었다. 지난달 상승률은 9월(4.4%)보다 0.6%포인트 올랐고, 1990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만큼 내년 중반 이후로 예상된 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Fed는 2000년 이후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직후 수년 동안 연이어 빠르게 금리를 올렸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금리를 연 1.0%에서 연 5.25%까지 끌어올렸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한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연 0.125%에서 연 2.375%로 높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