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이 호텔군(HQ)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사장)에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선임한 것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호텔사업을 되살리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 총괄대표는 컨설팅업과 대기업, 사모펀드(PEF)를 오가며 산업과 재무 경험을 두루 쌓은 이례적 경력의 소유자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펌인 커니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36세이던 2005년 LG화학 마케팅·전략담당 상무로 영입된 그는 2012년부터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 기업인 알릭스파트너스에서 일했다. 이 경험을 인정받아 LS그룹 전략본부장(전무)을 맡았고, LS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주도했다. 2018년부터는 놀부 대주주인 모건스탠리PE의 오퍼레이션 조직을 총괄하며 놀부 경영을 맡아왔다.

롯데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호텔업 경력이 전혀 없는 안 신임 대표를 발탁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호텔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그룹 숙원인 IPO 기반을 닦아달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호텔롯데 대주주는 지분 19.07%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다. 여기에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최대주주인 일본 광윤사와 L투자회사의 보유주식을 합치면 99% 이상이 일본 롯데와 관련된 지분이다.

호텔롯데를 국내에 상장하면 기존 지분율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이후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합병하면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일본 이미지도 뺄 수 있다는 게 롯데그룹의 계산이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