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내년까지 물가가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은은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는 등 실물경제 회복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물가 내년에도 고공행진…2023년은 돼야 2% 아래로 떨어질 것"
한은은 25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를 종전 2.1%에서 2.3%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현실이 되면 연간 기준으로 2011년(4.0%)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2.0%로 0.5%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는 2%다. 2023년에야 2% 아래인 1.7%로 낮아질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9월 6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10월(3.2%)에는 3%도 넘어섰다. 한은은 올해 11월, 12월 물가도 3%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제시한 것도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1.7%), 자본시장연구원(1.5%) 등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를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은은 통상 물가 전망치를 약간 낮게 잡는다. 물가 안정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로 상당히 높게 예측하면서 기업들도 이를 반영해 경영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중반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2%대 상승률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0%, 내년 3.0%로 제시해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2023년은 2.5%로 내다봤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방역 체계가 전환하면서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탄탄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김 국장은 “위드 코로나로 가계 씀씀이가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음식 숙박 등 대면 서비스 분야에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 소비’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장률을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민간소비도 3.4%에서 3.6%로 높였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공급망 차질 여파를 반영해 종전 8.8%에서 8.2%로 전망치를 낮췄다. 내년 설비투자는 2.1%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은 8.9%에서 8.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상품수출도 2.7%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