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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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1.0%로 인상하며 '출구전략' 전개 속도를 끌어올렸다. 실물경제가 '코로나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치솟는 물가와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금리인상의 배경이 됐다. 한은은 내년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 '긴축 모드'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로금리 시대' 1년8개월 만에 막내려

한은은 지난해 3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당시 인하로 사상 처음 '0%대 금리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가 경제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인상하면서 0%대 초저금리 시대는 1년 8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간 한국 경제는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

한은의 설립 목적인 물가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의 배경이 됐다. 기준금리를 높여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려는 계산이다. 주요 물가지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상승하면서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8.9%나 뛰었다. 이 같은 상승폭은 2008년 10월(10.8%)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이번 금리인상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지난 8월 금리인상에도 가계부채는 빠르게 불었다. 지난 9월 말 가계부채(가계신용)는 1844조9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36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2분기(43조5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올 1분기(36조7000억원)와는 비슷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 묶였던 은행들이 최근 신용·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는 등 가계부채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내년 말 금리전망 연 1.5~1.75%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1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올릴 것으로 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중반께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는 점도 내년 1월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들은 “통상 한 차례 인상 직후 연이어 금리를 높여온 Fed 통화정책에 한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Fed는 2000년 이후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직후 수년 동안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 동안 금리를 연 1.0%에서 연 5.25%까지 끌어올렸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마무리한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연 0.125%에서 연 2.375%로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말 이후 통화정책은 안갯속이다. 하지만 이승헌 부총재와 조윤제·임지원·서영경·박기영 금통위원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만큼 금리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1.5~1.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